국내 기준금리 전망이 이란 전쟁 장기화와 예상 밖의 성장률 반등 영향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이 연내 최소 한 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쪽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불과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고, 경기 상황에 따라서는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물가와 성장 흐름이 당시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전망 변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꼽힌다.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는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3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즉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의 속보치가 전 분기보다 1.7% 증가해, 지난 2월 전망치였던 0.9%를 크게 웃돈 점도 금리 인상론에 힘을 보탰다.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커진다.
증권사별 전망을 보면 인상 시기와 횟수는 다소 엇갈리지만, 방향은 대체로 비슷하다. 유진투자증권은 강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봤고, 키움증권은 올해 최소 한 차례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전쟁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 전까지 끝나지 않으면 한 번은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고, 신영증권은 협상 지연과 성장률 호조를 반영해 8월 인상을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8월과 11월 두 차례,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실제 국내총생산이 잠재성장 수준을 웃도는 상태, 이른바 생산갭률이 양수인 상황에서는 금리를 다소 올려도 경기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다만 모든 기관이 같은 전망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은 한국은행이 올해는 금리를 동결하고, 대신 내년에 두 차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전망은 2분기 중 휴전이 이뤄져 유가 불안이 다소 진정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결국 향후 기준금리 경로는 전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는지, 국제유가가 다시 안정되는지, 그리고 국내 성장세와 물가 압력이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경기 흐름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지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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