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수출 중심의 성장세 강화와 물가 부담 확대를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장에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당연직 금융통화위원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 발언은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나온 만큼,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미리 시장에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금통위는 지난 4월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올해 성장률이 2.0%를 밑돌 수 있다고 봤다. 당시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는 불안해졌고,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도 커져 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4월 23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가 1.7%를 기록해 한은 전망치 0.9%를 크게 웃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성장 하방 압력보다 상방 압력이 더 커졌고, 경기가 예상보다 강하면 수요가 늘면서 근원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성장 전망을 끌어올리는 배경에는 수출 호조가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넘어 이른바 첨단전략산업으로 분류되는 방산, 조선, 이차전지, 전력기기 분야까지 전반적으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1분기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내놓은 점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주요 해외 투자은행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고 있다. 제이피모건은 3.0%, 씨티는 2.9%, 비엔피파리바는 2.7%를 제시해 한은의 기존 전망치 2.0%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5월 2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 전망을 함께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책 환경도 금리 인상 쪽 논리를 일부 뒷받침한다. 정부가 26조2천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으로 취약 부문 지원에 나서는 동안, 한은은 통화정책으로 물가와 과열 부담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1.25%포인트로 유지되고 있고, 미국 장기 국채 금리도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공식적으로는 기준금리 결정 직전까지 각종 경제지표를 보며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5월 회의에서 곧바로 금리를 올릴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발언은 즉각적인 인상 선언이라기보다, 그동안의 동결 기조에서 긴축 재개 가능성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발표될 물가, 수출, 내수 지표와 수정 경제전망에 따라 더 뚜렷해질 수 있으며, 향후 한국은행이 금리 경로를 다시 위쪽으로 돌릴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계속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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