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21일 금융권에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소비자 보호 장치를 함께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은 커졌지만, 그만큼 새로운 유형의 피해와 사각지대도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이종오 디지털·아이티 부문 부원장보 주재로 업권별 금융협회와 금융회사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CCO) 간담회를 열었다. 이 부원장보는 디지털·인공지능 혁신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불편과 혼선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금융혁신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소비자 중심의 디지털 경영으로 자리 잡으려면, 각 회사의 소비자보호 책임자가 내부 조정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특히 우려하는 대목은 디지털 금융이 확대되면서 사고의 양상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픈에이피아이(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 같은 외부 연계 기술이 금융업무 전반에 널리 쓰이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하는 데이터에 편향이 섞이면 특정 소비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그 판단 과정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상품이나 챗봇 상담이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 폭을 좁힐 수 있다는 점,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비대면 금융의 혜택에서 소외되거나 보이스피싱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에 기술적 복구만으로 사고 대응을 끝내지 말고, 소비자에게 신속히 알리는 절차와 대체 이용 수단을 미리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장애나 사고가 생긴 뒤에도 금융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다. 아울러 소비자 관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피해 보상 기준과 절차를 세우고, 디지털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제휴할 때는 사고 책임 관계를 계약과 내부 기준에 보다 분명히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인공지능을 서비스 기획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금융서비스 전 과정에 도입할 때는 위험 요소를 사전에 평가하고, 인공지능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취소나 배상 근거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계도 그동안 아이티 사고 수습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공감하며, 관련 부서와 협의해 소비자 권익 침해 요인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지털 금융은 앞으로도 더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의 신뢰를 지키려면 혁신 경쟁만이 아니라 책임 체계와 보호 장치를 함께 정교하게 다듬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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