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매입채권추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기로 하면서, 난립한 시장을 정리하고 채무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5월 28일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매입채권추심업은 금융회사 등이 보유한 연체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를 회수하는 업종인데, 지금은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해 업체 수가 과도하게 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융위에 따르면 등록업체 911개사 가운데 실제로 매입 연체채권을 보유한 곳은 498개사로 절반 수준이었고, 이 가운데 100건 이상 채권을 가진 업체는 177개사에 그쳤다. 반면 상위 30개사가 전체 채권 잔액의 86%를 차지해, 겉으로는 업체 수가 많지만 실제 영업은 소수 대형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정부는 이런 왜곡된 시장 구조가 과당 경쟁과 무리한 추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채권추심업 수준의 허가 요건을 새로 적용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자본금 30억원, 건전한 사업계획, 대주주 적격성, 전문성 등을 갖춰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 상시 고용인력 20명 이상과 변호사 등 전문인력 5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고, 임직원에게도 적격성 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채무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종 특성을 반영해 전산 보안설비 같은 물적 요건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부실하거나 준비가 부족한 업체를 걸러내면 장기·과잉 추심 관행을 줄이고 감독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해 상충을 막기 위한 겸업 제한도 함께 도입된다. 매입채권추심업자는 금전대부업과 대부중개업을 함께 할 수 없게 된다. 채권을 사들여 추심하는 사업과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대출을 연결하는 사업을 동시에 하면, 채무자에게 더 강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만 부실채권 유동화처럼 전문성을 활용하는 일부 업무는 허용된다. 또 현재 채권추심업과 매입채권추심업의 제도가 별도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채권추심업자가 매입채권추심업을 겸영하는 것도 당분간은 허용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시장 참여자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연체채권 가격이 오르고, 비싸게 산 채권을 회수하려는 압박 때문에 추심 강도도 세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자에게는 제도 전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신규 사업자는 모든 요건을 즉시 충족해야 하지만, 기존 사업자는 법 시행일부터 3년 동안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에는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요건이 없어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대출업무와 대부중개업 겸업 금지는 법 시행과 동시에 적용된다. 전환 계획이 없는 사업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안에 보유 채권의 매각·소각 등을 담은 정리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허가를 받지 못해 등록이 만료되면 보유 채권도 6개월 안에 소각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8월까지 대부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채권추심 가이드라인이 실제 내부 규정과 업무 절차에 반영되도록 관련 규제 체계도 손질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운영 방안도 함께 공개됐다. 추진단은 감독총괄, 정책서민, 금융산업, 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로 꾸려지고, 관계기관과 정책연구기관, 학계, 시민단체, 현장 실무자 등이 참여한다. 다음 달 현장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도 회의에서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3조원 규모 특화금융 공급, 장기 연체채권 소각, 대안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고도화 같은 포용금융 계획을 소개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제도 개편은 단순히 업계 문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연체채권 시장을 소수의 책임 있는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해 금융 질서를 안정시키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부실채권 처리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추심 과정에서의 채무자 보호 장치를 더 촘촘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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