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올해 2분기에 가장 높은 수준을 찍은 뒤 하반기부터는 점차 안정되고, 이에 따라 물가 압력은 당분간 이어지더라도 내년까지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28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3%로 각각 높여 잡았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석유류 가격을 끌어올린 데다, 시간이 지나면 운송비와 생산비를 통해 다른 품목 가격에도 번지는 이른바 2차 파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용준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이런 2차 충격이 하반기부터 일부 나타나겠지만, 유가 자체가 점차 내려가면 내년까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유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짚었다. 한국은행은 경기 개선으로 소비가 살아나면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에도 상방 압력, 즉 가격을 밀어 올리는 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근원물가는 일시적인 외부 충격보다 내수 흐름을 더 잘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지는데, 이는 단순히 유가가 안정된다고 해서 체감 물가 부담이 곧바로 빠르게 낮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장 흐름에 대해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상반기 경기를 떠받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즉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 합계가 전 분기보다 0.2%,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분기에는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와 중동발 에너지 충격 영향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내년 전망치도 1.8%에서 2.1%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내년까지 성장 전망을 높인 배경에는 수출뿐 아니라 내수와 투자 회복 기대도 깔려 있다. 한국은행은 유가가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소비가 되살아나면 성장의 힘이 비교적 견조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부진했지만, 올해는 0.6% 증가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봤다. 박창현 조사총괄팀장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이런 흐름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제유가의 안정 여부와 내수 회복 속도가 함께 맞물리면서, 국내 경제가 수출 중심 반등을 넘어 보다 넓은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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