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유가 불안이 이어지면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2.7% 안팎 오를 것으로 보고, 석유 가격 억제 조치와 먹거리 물가 안정 대책을 함께 가동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4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로 2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배경으로 석유류 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중동 지역 긴장이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뛰었고, 그 영향이 국내 주유소 가격과 전반적인 생활물가에 빠르게 번졌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물가 상승폭을 0.6%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이 조치가 없었다면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3.7%까지 올랐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주유소 판매가격의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한시적 장치인데,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됐다고 판단될 경우 해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에 따른 수급 정상화, 국제유가와 국내 판매가격의 격차 축소 여부 등을 함께 보면서 일시에 끝낼지, 단계적으로 줄일지, 유류세 인하를 계속 유지할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정유사가 떠안은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도 구체화한다. 정부는 손실 보전 원칙과 기준을 담은 고시를 마련하고, 이달 안에 재정경제부·산업통상부·기획예산처 차관 등이 참여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를 꾸려 정유업계와 세부 방식을 협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격 안정에 협조한 주유소를 이른바 착한 주유소로 추가 선정해 포상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고유가에 취약한 계층을 위해서는 피해지원금과 화물차 경유, 농어민 면세유 연동보조금도 서둘러 집행하기로 했다.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도 병행한다. 정부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을 늘리고, 이달 안에 하반기 긴급 할당관세 추진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산과 태국산 신선란을 추가로 들여오기로 했다. 명태와 고등어 등 주요 수산물은 정부 비축 물량 8천t을 시중 소매가보다 30∼40% 낮은 가격에 풀어 체감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농축수산물 물가는 3∼4월 하락세 뒤 5월에 2.2% 오르며 다시 반등했고, 가공식품은 0.8% 상승으로 비교적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여름철 폭염과 폭우에 대비한 농축산물 수급안정대책반도 운영할 예정이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 흐름이 전체 물가의 방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고, 소비심리 회복이 실제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경우 물가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중동 정세 안정 여부와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진정될 수도, 다시 확대될 수도 있어 정부의 가격 통제와 수급 관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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