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4일 중동 지역의 군사 긴장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 여파로 10원 넘게 뛰며 두 달여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는 2026년 3월 31일의 1,530.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그만큼 약해졌다는 뜻인데, 최근에는 지난달 15일 1,500.8원으로 1,500원 선을 넘어선 뒤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말부터 1998년 3월 초까지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긴 흐름이다.
이번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대외 불안이 겹쳤다. 전날 6·3 지방선거로 국내 외환시장이 쉬는 동안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역외시장에서도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 후반까지 오른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쟁이나 유가 급등 같은 변수는 에너지 수입 부담을 키우고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를 자극해, 통상 원화 가치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점도 환율을 밀어 올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장보다 1.84% 내린 8,369.41로 마감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6조9천528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팔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도한 뒤 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면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구조다.
다만 장 초반 이후 환율이 더 가파르게 치솟지는 않았다.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과도한 변동성 확대를 경계했고,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파는 물량)도 공급 측 압력을 더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개장 전 전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 소식도 추가 불안을 다소 진정시키는 재료로 해석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9.432로 전날보다 0.09% 내렸고, 엔/달러 환율은 159.860엔으로 0.09% 하락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7.3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29원 올랐다.
시장은 당분간 중동 정세, 미국의 통상 조치, 외국인 자금 흐름을 핵심 변수로 볼 가능성이 크다. 지정학적 불안이 길어지거나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계속되면 원화 약세 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당국의 안정 조치와 위험 요인 완화가 맞물리면 환율 상승 속도는 조절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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