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 선까지 다시 밀리면서,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개입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5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 초반 한때 달러당 160엔까지 하락했다. 이 수준은 시장에서 일본 당국의 개입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구간인데, 엔화가 사흘 연속 이 선을 위협한 것이다. 이후 엔화는 159.95엔 수준으로 다소 되돌렸지만, 흐름 자체는 여전히 약세다. 최근 4주 연속 하락하면서 일본 당국이 지난 한 달간 약 730억달러를 투입해 엔화 방어에 나섰던 효과도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경계 수위를 높였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외환시장에서 언제든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과도한 변동성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환율이 급격히 흔들리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로서는 엔화 약세를 단순한 시장 현상으로만 보기 어렵다. 특히 최근처럼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시기에는 환율 움직임이 곧바로 물가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구두 경고만으로는 엔화 약세를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고, 결국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시각이 많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4월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 올라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실질임금은 물가를 반영한 뒤 실제 구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이것이 오르면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여건이 조금씩 갖춰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본은행은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는 흐름을 금리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해왔고, 오는 15∼16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일본의 금리 인상 기대만으로 엔화 흐름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미국의 금리 수준이 여전히 높고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엔화는 계속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호주뉴질랜드은행의 쿤 고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는 일본 당국이 개입 의지를 재확인한 만큼 시장도 일본은행을 과도하게 시험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달러당 160엔 선을 다시 뚫으려면 달러 강세를 정당화할 뚜렷한 계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날 시장이 미국 5월 비농업 고용 지표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이는 다시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관건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일본 정부의 실제 시장 개입 강도, 그리고 미국 경제지표가 만들어낼 달러 흐름에 달려 있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하지 않는다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에너지 가격 충격이 커지면 오히려 일본 경제와 물가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엔화가 160엔 선을 경계로 민감하게 움직이면서, 일본 당국의 발언과 정책 대응에 따라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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