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월 5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 영향으로 장중 1,550원선에 가까워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두드러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539.1원으로 마감해 전 거래일보다 9.4원 올랐다. 개장가는 1,529.0원으로 전날보다 0.7원 낮았지만, 장 초반부터 달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오전 10시 27분에는 1,549.1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3월 10일의 1,561.0원 이후 1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인데, 최근에는 국내 자산을 팔아 달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핵심 배경은 외국인의 강한 주식 매도세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5천21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4% 내린 8,160.59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하락 폭이 6.5%를 넘어서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매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시장 안정 장치)도 발동됐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직후인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고, 올해 누적 순매도 규모는 117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 대금 회수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에 환율은 함께 뛰기 쉽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외국인 수급이 환율을 좌우하는 힘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달러 환전 수요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는 보유한 달러를 팔아 이익을 확정하는 네고 물량을 내놓아 상승 속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동성이 워낙 커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달러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경상수지가 흑자여도 달러를 팔려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외국인 자금 흐름의 영향력이 더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통화 흐름과 비교해도 원화의 약세 압력이 두드러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9.352로 전날보다 0.089 내렸다. 달러 자체가 국제시장에서 강하게 뛰지 않았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은 국내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159.940엔으로 0.01% 내렸지만 여전히 160엔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63.08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5.73원 내렸다.
결국 이날 외환시장은 대외 달러 흐름보다는 국내 증시 급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환율을 끌어올린 하루로 해석된다. 시장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외국인 순매도가 더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나면 급등세는 다소 진정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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