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 사상 최저 경신 위기…구조적 약점 해결 시급

| 토큰포스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잇따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뚜렷하게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OECD가 6월 3일 공개한 최신 경제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25년 1.66%로 지난해 1.85%보다 0.19%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6년에는 1.52%로 더 떨어져 다시 최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가 낼 수 있는 최대 성장 수준을 뜻한다. 쉽게 말해 경기의 일시적 호조나 침체와는 별개로, 경제가 평소 어느 정도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5.03%로 OECD 분석 대상 47개국 가운데 7위였지만, 2013년 3.41%, 2016년 2.93%로 계속 낮아졌고, 지난해 처음 1%대로 내려앉았다. 순위도 지난해 28위에서 올해 31위, 내년 32위로 더 밀릴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하락 속도가 가파른 배경에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일할 사람은 줄고, 기업 투자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성장의 기본 동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충격이 수출과 설비투자에 부담을 주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대목은 OECD가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3개월 전보다 0.9%포인트 올린 2.6%로 수정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분에 당장 성장률은 좋아 보이지만, 잠재성장률은 오히려 낮춰 잡았다는 의미다. 겉으로 드러난 성장 성적표와 경제 체질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경제 규모의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부진은 더 선명해진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부터 2027년까지 2.1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산됐는데, 구매력평가 기준 국내총생산이 비슷한 멕시코는 같은 기간 0.66%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멕시코는 2020년대 들어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의 반사이익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유입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다시 올라서는 흐름을 보였다. 스페인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노동 투입을 늘리며 반등했고, 이탈리아도 건설과 기계, 설비투자 회복을 바탕으로 마이너스 잠재성장 국면에서 벗어났다. 결국 인구, 투자, 산업 재편 등 성장의 핵심 요소를 어떻게 다시 세우느냐에 따라 각국의 흐름이 갈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도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반기 성장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잠재성장률 반등을 محور으로 하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추진 방향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인공지능 글로벌 3강 도약, 반도체와 신성장동력 육성, 초혁신경제 선도 프로젝트, 이른바 ‘5극3특’ 중심의 지방 주도 성장체계 구축 등을 담은 세부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다른 취약 부문을 가리는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성장률이나 수출 지표를 볼 때 반도체를 포함한 전체 수치와 반도체를 제외한 수치를 함께 제시해야 한국 경제의 실제 체력을 더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국 경제의 과제는 단기적인 수출 호조를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력 감소와 투자 둔화라는 구조적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 한 업종의 선전에 기대 성장률을 방어하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육성, 지방 성장기반 확충, 핵심 기술 확보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정부가 내놓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이 얼마나 현실적인 처방을 담느냐에 따라,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늦출지 아니면 더 고착화할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