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이끄는 한국 선박금융 시장, 민간 자금 회복세

| 토큰포스트

지난해 국내 해운업계의 신규 선박금융 조달 규모는 줄었지만 민간 자금 유입은 다시 늘었고, 전체 시장은 위험이 낮은 선순위 금융 중심으로 한층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8일 발표한 ‘2025년 선박금융 현황’에 따르면 국내 주요 국적선사 100개 사가 보유한 선박 1천41척의 지난해 선박금융 실행 규모는 약 78억9천만달러로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다만 과거에 조달한 자금이 누적되면서 아직 갚지 않은 전체 선박금융 잔액은 약 273억달러로 1년 전보다 12.1% 늘었다. 이는 새로 일으킨 자금은 줄었더라도 선박 투자와 운용을 뒷받침하는 금융의 총량은 계속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자금 공급 주체를 보면 외국계 금융기관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외국계 금융기관 비중은 최근 3년간 57%에서 63%, 다시 66%로 높아졌고, 해진공을 포함한 정책금융은 34%에서 27%로 낮아졌다. 민간 금융은 2023년 10%에서 2024년 3%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7%로 반등했다. 업계에서는 해진공이 보증 등을 통해 선사와 민간 금융기관 사이의 위험 부담을 낮춰주면서, 한동안 위축됐던 민간 자금이 다시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고 본다. 정책금융이 직접 비중을 키우기보다 민간 자금의 참여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투자 대상은 새로 짓는 선박보다 이미 운항 중인 중고선에 더 쏠렸다. 지난해 선박 수 기준으로 전체의 74%가 중고선 투자였고, 선종별로는 벌크선이 36%, 탱커선이 31%를 차지했다. 최근 3년 흐름을 보면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주로 신조선 중심으로, 벌크선과 탱커선은 중고선 중심으로 자금이 투입됐다. 이는 선종별 업황과 선가 차이, 인도 기간 차이의 영향이 크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벌크선과 탱커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중고선 선호가 높고, 기술 경쟁력과 장기 운송계약이 중요한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선은 상대적으로 신조선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구조다.

국적선사의 재무 체력도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이후 글로벌 해운시장 호황으로 선사들의 현금 여력이 나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후순위 금융 비중은 7%에서 5%, 다시 3%로 꾸준히 낮아졌다. 후순위 금융은 다른 채권보다 변제 순서가 뒤로 밀리는 대신 위험이 큰 자금인데, 이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선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이번 통계가 우리 해운업의 자금 조달과 경영 성과를 함께 보여주는 종합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외국계 금융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정책금융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업황 변화에 따라 신조선과 중고선 투자 비중도 선종별로 더 뚜렷하게 갈릴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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