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생산자물가가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3일(현지시간)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1년 전보다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11월의 7.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1.1% 올라 4월 수정치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0.7%는 크게 웃돌았다. 생산자물가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출하할 때 받는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경우가 많아 물가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상승세의 중심에는 에너지 가격이 있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와 연동된 가격이 전반적으로 뛰었고, 그 영향이 도매 단계에서 먼저 반영됐다.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은 한 달 전보다 2.8% 올라 2009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80%는 10.7% 뛴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고, 특히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23.4% 급등해 전체 재화 가격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설명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을 제외한 근원 성격의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8%, 전년 대비 5.1% 올라 기초적인 물가 압력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서비스 부문은 재화보다는 상승 폭이 제한적이었다.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0.3% 오르는 데 그쳤다. 도매업자와 소매업자의 마진 변화를 반영하는 거래 서비스 가격지수가 1.1% 하락하면서, 운송·창고 가격 2.6% 상승분을 일부 상쇄한 결과다. 다만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 가격이 4.8% 오르며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의 40% 이상을 차지한 점은 금융 관련 서비스 비용도 함께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와 식품만 제외하고 거래 가격은 포함한 지수 역시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4.9% 올라 물가 상승이 특정 품목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표를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경로와 직결해 보고 있다. 하루 전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4.2% 올라 3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까지 예상보다 강하게 뛰면서 물가 불안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케빈 워시 의장 체제의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에 쉽게 나서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12월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약 30%, 한 차례 이상 인상될 확률을 약 69%로 반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길어질수록 미국의 물가와 금리 부담이 함께 커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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