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정책 방향을 사실상 분명히 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언제부터 얼마나 빠르게 긴축에 들어갈지로 옮겨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사에서 물가안정에 무게를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최근 들어 세 번째다. 그는 지난 5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흐름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고, 6월 1일 국제콘퍼런스 정책대담에서도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조정의 장애물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유상대·장용성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점까지 더해지면서 한은 내부 기류도 긴축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배경에는 물가와 자산시장, 환율의 동시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인 2.0%를 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2년 2개월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3월 2.2%, 4월 2.6%에 이어 5월에는 3%를 넘어선 만큼, 한은이 지난달 제시한 2분기 물가 전망치 2.9%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 상승률도 3.3%로 더 높았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강한 오름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오래 머무는 점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논리에 힘을 싣는다. 금리 인상은 시중 자금 흐름을 조절해 물가와 집값, 환율 불안을 함께 눌러보려는 대표적 수단으로 쓰인다.
성장 지표가 예상보다 강한 점도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잠정치는 1.8%로, 속보치 1.7%보다도 높아졌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9.2% 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세를 이끌고 있고, 이 때문에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 인상을 미룰 필요성이 이전보다 작아졌다는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해외 중앙은행들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유럽중앙은행은 간밤 예금금리와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올렸고, 일본은행도 15∼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도 18일 정책금리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주요국 전반이 다시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곧바로 전면적인 경기 호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산업과 계층에 따라 체감 경기가 크게 갈리는 이른바 K자 양극화 우려도 남아 있다. 5월 15세 이상 취업자가 1년 전보다 4만명 줄어든 점은 고용의 온기가 넓게 퍼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 총재도 성장의 정보기술 부문 의존도가 커 부문 간 격차에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금융 취약계층의 상환 압박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은 안팎에서는 한 번에 0.50%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이나 연속 인상보다는, 올해 3분기 1회와 4분기 1회 등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올리는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결국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필요성과 취약 부문의 충격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신 총재가 어려움에 대한 선별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해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환율, 주택시장 지표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한은의 금리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해석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인상 폭과 속도는 경기 전반의 체력과 취약계층 부담을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느냐에 따라 조정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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