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사실상 종전으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름값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인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과 업계에 따르면 6월 둘째 주인 7∼11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2천9.9원으로 전주보다 0.5원 내렸다. 경유도 0.3원 하락한 2천4.8원을 기록했다. 중동 전쟁 이후 치솟았던 국내 유가는 5월 초 휘발유 가격이 2천10원을 넘어선 뒤, 최근 4주 연속 소폭 하락하며 2천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우려가 누그러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들여온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했을 만큼 이 지역 정세에 민감하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어서, 봉쇄가 완화되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줄고 해상 운임과 보험료도 함께 안정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국제 원유 시장의 불안 심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내려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곧바로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원유를 사들인 뒤 국내로 운반하고, 정유 과정을 거쳐 유통망에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유사의 재고 소진 주기까지 겹치면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통상 2∼3주가 걸린다. 결국 국제 시장의 안정이 확인돼도 소비자가 실제 주유소에서 가격 하락을 느끼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더 큰 변수는 이번 종전 합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다. 현재 중동 정세는 작은 우발 충돌만으로도 긴장이 다시 높아질 수 있는 상태로 평가된다. 전쟁 이후 약 4개월 동안 도입선을 다변화해온 국내 정유사들로서는 이번 합의만 믿고 즉시 중동산 원유 도입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협 안전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원유 생산·수송 시설 정비와 해협 내 기뢰 제거, 해협에 몰린 선박들의 순차 통과까지 감안하면 정상화에는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점도 국내 유가 하락 폭을 제한하는 요소다. 국제 유가가 떨어져도 원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환율이 높으면 수입 비용이 커져 인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4월 해협이 일시 개방됐을 때도 국제 유가 하락 폭이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국내 유가가 빠르게 큰 폭으로 떨어지기보다는 완만한 조정 흐름을 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종전 합의 이행 여부와 국제 유가, 환율 안정 수준에 따라 조금씩 속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