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보호를 위한 M&A 제도 개선 필요성 및 의무공개매수 논의

| 토큰포스트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더 두텁게 보호하려면 합병가액 산정과 상장폐지 관련 공시를 강화하고,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일부가 아니라 남은 주식 전체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7일 한국증권학회와 함께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을 열고, 최근 상법 개정 이후 남은 과제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주주가치 훼손 문제를 짚었다. 발표에 나선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월 계열사 간 인수·합병의 합병가액 공정성을 높이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도가 작동하려면 이사회 의견서 공시를 더 구체화하고 후속 입법도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상장회사의 합병가액은 기준시가를 중심으로 정해지지만, 주가는 기업의 자산과 성장성, 지배구조 같은 요소를 언제나 온전히 반영하는 지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법 절차를 지켰더라도 일반주주 입장에서는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황 연구위원은 시가총액이 비슷한 회사끼리도 실제 합병 조건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이사회가 합병 절차와 가격 산정의 근거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주주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합병유지청구권, 합병검사인 제도, 합병 관계자의 손해배상 책임 같은 보완 장치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인수·합병에서도 소수주주 보호 장치가 약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개매수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을 활용해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 제도들은 원래 상장폐지를 전제로 만들어진 틀이 아니어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와 포괄적 교환에는 공시 의무를 더 강화하고, 제시 가격이 공정한지 검증할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대 주주가 회사에 자기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최근 6년간 국내 상장사 합병의 93%가 소규모합병으로 이뤄져, 상당수 주주가 이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었다는 점이 배경으로 제시됐다.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둘러싼 논의도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 제도를 도입한 41개국을 분석한 결과를 들어, 의무공개매수가 기업 인수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특정 인수자가 상장회사 주식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될 때 일반주주에게도 같은 가격에 주식을 팔 기회를 보장하는 장치다. 시장에서는 일반주주에게까지 경영권 프리미엄을 줘야 하므로 인수 비용이 커지고 거래가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김 교수는 오히려 지배권 프리미엄 자체가 낮아지면서 주당 인수 비용이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검토해온 ‘50%+1주 공개매수’ 방안에 대해서는 과반 지분 확보에 필요한 물량만 사들이는 구조여서 일부 주주만 대주주와 같은 조건으로 팔 수 있게 되고, 주주 평등 원칙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대신 잔여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낮은 가격을 먼저 제시해 주식을 확보하려는 이른바 로볼링 전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입법 과정에서 함께 점검해야 할 대목으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의무공개매수가격을 산정하는 기간을 넉넉하게 잡고,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 자체를 무효로 하는 조건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수·합병은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수단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되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수·합병 제도를 단순한 거래 절차가 아니라 주주 권익과 시장 신뢰를 함께 지키는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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