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가 사우디아라비아 과세당국으로부터 8천533억원 규모의 법인세 추징 통지를 받았고, 회사는 이를 부당한 과세로 판단해 현지 불복 절차와 국가 간 조정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22일 공시한 내용을 보면 이번 추징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사우디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설계·조달·시공(EPC) 용역과 관련해 내려진 처분이다. EPC는 설계와 자재·장비 조달, 실제 시공을 한 번에 맡는 방식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널리 쓰이는 계약 구조다. 이번 사안은 대규모 해외 사업을 수행하는 건설사가 어느 나라에서 법인세를 내야 하는지를 둘러싼 국제 조세 분쟁으로 볼 수 있다.
회사는 특히 설계와 조달 용역이 한국에서 수행됐는데도 사우디 당국이 이를 현지 고정사업장(외국 기업이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사업활동을 하는 과세상 거점)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해 법인세를 매기려 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이 소득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에서 법인세를 신고하고 납부를 마쳤기 때문에, 사우디에서 다시 세금을 부과하면 같은 소득에 두 나라가 모두 과세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세 절차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회사 입장이다. DL이앤씨는 사우디 소득세법상 과세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난 부분까지 이번 처분에 포함됐고, 세액을 어떤 기준과 계산 방식으로 산정했는지도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 조세 분쟁에서는 과세권의 범위뿐 아니라 과세 제척 기간, 세액 산정 근거, 조세조약 해석이 핵심 쟁점이 되는데, 회사는 이번에도 이런 기본 요건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DL이앤씨는 한국·사우디 조세조약과 관련 법령을 근거로 이번 처분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다투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우디 내 행정적·법적 불복 절차는 물론 국가 간 상호합의 절차(MAP·조세조약 해석이나 이중과세 문제를 두 나라 과세당국이 협의해 조정하는 제도)까지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과세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있어 실제 현금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과세권 배분과 조세조약 해석, 현지 세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더 키우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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