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채무조정 제도인 새출발기금의 신청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부담이 길어지면서 빚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가 늘고 있고, 이를 공적 조정 제도로 넘기는 수요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25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5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채무조정 신청 차주는 20만1천176명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4천856명 늘어난 수치다. 누적 신청 채무액도 한 달 사이 7천388억원 증가해 31조7천553억원에 이르렀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이후 매출 부진과 금융비용 상승으로 상환 능력이 약해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를 재조정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원금 일부를 줄이거나 이자율을 낮춰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로 신청만 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약정 체결도 적지 않게 이뤄졌다. 지난 5월까지 채무조정 약정을 맺은 차주는 13만6천702명이며, 이들이 조정받은 채무원금은 12조3천297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기금이 사들여 원금을 조정하는 매입형 채무조정은 6만8천951명, 채무원금 기준 6조3천454억원이었다. 평균 원금 감면율은 약 73%로, 상환 여력이 크게 떨어진 취약 차주에게는 원금 자체를 대폭 덜어주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사와 채무자 사이를 조정해 금리와 상환 조건을 바꾸는 중개형 채무조정도 비슷한 규모로 진행됐다. 대상자는 6만7천751명, 채무액은 5조9천843억원이었고 평균 이자율 인하 폭은 약 5.4%포인트였다. 매입형과 중개형 모두 전월과 비교해 감면율과 인하 폭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제도 운용 기준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중개형의 경우 금융회사가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 비율인 부동의율이 계좌 수 기준 67.8%로 나타나, 실제 성사 과정에서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업권별 부동의 회신율을 보면 여신금융이 85.2%로 가장 높았고, 은행 65%, 저축은행 63.1%, 상호금융 21.7% 순이었다. 업권에 따라 채권 성격과 건전성 관리 기준이 달라 조정 수용도에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연체 위험 관리가 민감한 업권일수록 채무조정에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내수 회복 속도와 금리 환경, 금융권의 협조 수준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신청자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채무조정의 실효성과 금융권 참여 확대를 둘러싼 논의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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