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인공지능 확산으로 늘어난 컴퓨팅 수요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미국 경제 성장을 떠받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29일 진단했다. 단순히 기술 산업 내부의 투자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비·전력·반도체·금융까지 연쇄적으로 움직이면서 미국의 성장 흐름을 이끄는 축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엄태균 과장이 이날 공개한 ‘2026년 하반기 미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는 4천378개로, 전 세계의 37.5%를 차지한다. 여기에 약 2천700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이미 건설 중이거나 건설 계획 단계에 있다. 보고서는 대형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자본지출이 지난해 1∼3분기 성장률을 약 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했고, 같은 기간 인공지능이 전체 경제 성장의 약 39%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이 이제 인공지능 관련 투자에서 나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고서는 이런 투자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확산하는 에이전트형 인공지능은 사람이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여러 작업을 연속 수행하는 형태여서, 훨씬 많은 연산 능력과 서버 자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특화 장비 가격이 높고, 전력시설 확충 비용도 커지고 있으며, 관련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인프라 구축비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칩과 서버는 발열 문제와 빠른 성능 개선 탓에 경제적 수명이 2∼3년에 그쳐, 기업들이 장비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점도 자본지출 확대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투자 확대가 항상 안정적인 흐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급증하는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모신용 중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즉 특정 사업의 미래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구조는 자금 공급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나중에 인공지능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수익화가 늦어질 경우 신용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보고서는 전력 공급 능력, 하드웨어 공급망, 규제 환경 같은 제약 요인이 앞으로 투자 규모와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력 문제도 별도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 뉴욕사무소의 김좌겸 차장은 ‘미국의 전력 수급불균형 현황 및 그 영향’ 분석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고 냉각 설비도 함께 돌려야 해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이다. 이 때문에 전력 요금 상승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압력으로 계속 작용할 가능성이 있으며, 전기요금 인상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전기요금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어, 보고서는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 도입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경제가 인공지능 투자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더라도, 동시에 전력·물가·금융위험 같은 부작용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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