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2007년 이후 최대 베팅… 일본 금융시장 긴장 고조

| 토큰포스트

헤지펀드의 엔화 약세 베팅이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늘어나면서, 일본 엔화 약세가 단순한 환율 움직임을 넘어 정책 대응과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인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7월 6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옵션·선물 시장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의 엔화 추가 하락 베팅은 6월 30일 기준 약 13만8천계약으로 집계됐다.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던 2007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더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를 뜻하는데, 이런 거래가 늘수록 엔화를 팔고 다른 통화를 사는 흐름이 강해져 엔화 가치에는 하락 압력이 커진다.

실제 엔화는 달러당 162엔선을 넘어서며 198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고, 7일 오후 1시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161.88엔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 엔화가 주요 통화 가운데 특히 약한 흐름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행이 6월 금리 인상에 나서며 엔화 방어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미국 통화정책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규모 재정지출 구상과 완화적인 통화 여건 선호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다시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4월 28일부터 한 달 동안 엔화 방어를 위해 사상 최대인 11조7천300억엔, 약 727억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도 지난주 환율에 대해 언제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개입의 실효성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야마사키 다쓰오 전 일본 재무성 국제담당 부재무관은 엔화가 현재보다 최대 20%가량 강세를 보여야 한다며 적정 환율을 달러당 130엔 안팎으로 제시했고, 200엔대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반면 일본 내 일부 시장 전문가는 170엔선까지도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엔화 약세 우려는 일본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7일 일본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한때 2.850%까지 올라 1996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지면서 국채 공급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를 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일본의 중장기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호네부토 방침 초안에서 지난해까지 포함됐던 ‘재정건전화’ 문구가 빠지고 적극 재정 기조가 강조된 점이 시장 경계감을 키웠다. 초안에 일본은행의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 필요성이 담기면서, 정부가 사실상 금리 인상 속도를 제약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정담당상은 금융정책의 구체적 판단은 일본은행에 맡긴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현재 일본 금융시장은 엔화 약세, 재정 확대, 금리 상승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맞물린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앞으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방향, 그리고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폭이 엔화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더 키우고,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한 시장 신뢰를 시험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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