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중동 전쟁 여파로 다시 커진 물가 불안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3년 만에 올리며 통화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8일 현지시간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뉴질랜드가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기준금리는 5.50%였는데, 이후 경기 부양과 물가 흐름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현재 수준까지 내려온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유지해온 완화 기조를 일부 거둬들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중앙은행은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와 앞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경기 흐름을 함께 들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고 있고, 경제 활동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를 다시 목표 범위로 되돌리려면 통화 부양책을 추가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시중에 풀린 돈의 힘을 조금 약하게 만들어 소비와 가격 상승 압력을 동시에 누르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번 판단에는 중동 정세가 큰 변수로 작용했다. 중앙은행은 하반기에는 경제 성장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동 무력충돌에 따른 국제 유가 충격이 당분간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크게 뛰었고,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영향으로 일부 진정되기는 했지만 전쟁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내 상선 공격에 대응해 이란 공습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물가 불안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변동이 앞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가 끝난 것 같다고 말한 뒤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74.55달러로 5.8% 급등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자국의 물가 상승률이 2분기 3.9%로 정점을 찍은 뒤 3분기에는 3.3%로 낮아지고, 내년에는 2%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앞으로의 금리 결정은 새로 나오는 경제지표와 기업·소비자의 가격 결정 행태, 경기 강도가 중기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국제 유가가 다시 불안해질 경우 뉴질랜드가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을 남겨두는 동시에, 반대로 물가가 예상대로 안정되면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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