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에 투자해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채권 발행과 판매 과정 전반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JTBC와 중앙일보 회사채, 전자단기사채(만기가 짧은 기업성 자금조달 수단) 투자자 286명은 최근 이 원장과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들로 이뤄진 공동대리인단을 선임했다. 여기에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을 지낸 단성한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장을 지낸 유민종 변호사도 자문에 참여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이 법률 대응 체계를 갖추면서, 단순한 민원 제기를 넘어 민형사상 책임과 감독당국 조사 요구까지 함께 추진하는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대리인단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안을 이른바 ‘중앙그룹 채권사기’로 규정했다. 이들은 부채비율이 2천600%를 웃돌고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회사가 회생 신청 닷새 전까지 개인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판매한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특히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제 재무 상태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발행과 주관, 인수, 판매, 유통에 참여한 금융회사의 설명과 심사 기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구조에서 정보 비대칭(기업과 투자자 사이에 정보 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상태)이 심각했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리인단이 위임받은 피해 채권액은 3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상당수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노후 자금을 굴리려던 개인들로 알려졌다. 실제 한 70대 퇴직자는 희소암을 앓는 배우자의 치료비에 보태기 위해 퇴직금으로 JTBC 채권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대리인단에 밝혔다. 회사 이름과 브랜드 신뢰도를 보고 투자한 개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고위험 투자 실패라기보다 판매 과정의 적정성과 설명 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대리인단은 채권 발행을 주관하고 인수한 신한투자증권, 전자단기사채를 판매한 키움증권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엄정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채권을 판매하거나 중개한 투자일임사와 다른 증권사들로도 검사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에서 회사채와 전단채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지만, 판매 과정에서 재무 위험이 충분히 고지됐는지, 투자자 성향에 맞는 권유가 이뤄졌는지는 별개의 쟁점이다. 감독당국 조사 범위와 강도에 따라 불완전판매 여부, 내부 심사 절차,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 구조까지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는 JTBC가 지난달 12일 206억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에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14일 중앙홀딩스,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메가박스중앙이 잇따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15일에는 JTBC도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JTBC에 대해서는 자율구조조정 지원(에이알에스·ARS) 프로그램 신청을 받아들여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보류했고, 나머지 4곳에 대해서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중앙일보는 법원 회생 대신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앙그룹 계열사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함께, 채권 판매 책임을 둘러싼 법적 판단, 그리고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투자자 배상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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