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가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장기 자금 조달 비용이 다시 무거워졌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진행된 30년물 미국 국채 입찰의 낙찰금리는 5.058%로 집계됐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 금리가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정부가 장기 자금을 빌릴 때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시장에서는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이 계속 거론돼 왔고, 이런 흐름이 장기물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번 입찰 결과를 단순히 부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실제 낙찰금리는 입찰 직전 사전거래 금리인 5.061%보다 낮았다. 보통 입찰 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형성되면 그만큼 매수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금리는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이 미국 장기 국채를 외면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장기 국채는 기준금리 변화에 민감한 단기물과 달리 앞으로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정부의 차입 수요 같은 장기 전망을 더 많이 반영하는데, 최근 1년 동안은 이 세 요인이 모두 금리를 밀어 올리는 방향으로 작용해 왔다.
이날 유통시장에서도 장기물 움직임은 거칠었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095%까지 올랐지만,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상승 폭을 일부 되돌렸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2년물부터 7년물까지는 약 5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 내렸고, 장기물은 2~4베이시스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장이 물가와 성장, 에너지 가격 변수를 동시에 반영하며 방향을 다시 조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국채 수요가 비교적 견조했던 배경으로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물가 억제 의지에 대한 신뢰를 꼽는 시각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중앙은행의 의지가 분명할수록 장기적으로 물가가 통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기고, 이는 채권 투자 심리를 받쳐주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3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4.82%까지 내려갔다가 워시 의장 취임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거치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물가연동국채인 팁스(TIPS) 금리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30년물 팁스 실질금리는 이날 한때 2.89%까지 올라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2.86%로 거래를 마쳤다.
결국 이번 입찰은 미국 국채 시장이 높은 금리와 견조한 수요라는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시장은 당분간 미국의 재정 확대 가능성, 연방준비제도의 물가 대응, 국제유가 흐름을 함께 따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장기금리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과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판단에 계속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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