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수급 여건이 한국의 대외건전성을 반영하면서 점차 원화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 한국의 펀더멘털, 즉 기초 경제여건이 하반기 외환시장에 더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환율이 여전히 한국 경제의 실제 체력과는 다소 괴리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 아래로 내려서는 등 일부 진정 흐름을 보였지만, 정부는 아직 원화 가치가 경제 여건에 비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보는 셈이다.
정부가 주목하는 변수 가운데 하나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외화 조달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미국주식예탁증서, 즉 에이디아르 발행을 통해 약 265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국내 투자나 운영자금 등으로 쓰이기 위해 원화로 바뀌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달러가 시장에 더 풀리면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줄어들 수 있어, 시장에서도 이번 자금 유입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문 관리관은 이와 함께 수출업체들의 선물환 매도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선물환 매도는 기업이 앞으로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팔아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는 거래로, 이 역시 시장에선 달러 공급 확대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외환시장 운영 방식 변화도 정부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문 관리관은 외환시장의 24시간 개장으로 시장 투명성이 높아졌고, 외환 당국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야간 거래가 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는 오히려 시장 상황을 더 길게 관찰하고 필요시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당국이 단순히 낮 시간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루 전반의 흐름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대응 역량도 강화됐다는 의미다.
물론 대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국제금융시장의 긴장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런 지정학적 위험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 부분 이미 가격에 반영됐고, 민감도도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주요국 통화들이 중동 불안과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을 함께 받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경상수지와 기업 외화 유입 같은 자체 요인이 뒷받침되면 원화가 다른 통화와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수출 회복과 외화 유입이 실제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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