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내놓으며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높여 잡았다.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굳히고, 대규모 산업 투자와 지방 성장 정책을 묶어 한국 경제의 체질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14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제시한 수치보다 1.0%포인트 높였다. 경상 성장률 전망치는 12.3%로 제시됐는데, 이는 1월 전망보다 7.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실질 성장률은 2022년 4.7% 이후 5년 만의 최고치가 되고, 경상 성장률은 1996년과 같은 수준으로 30년 만의 고점에 해당한다. 정부는 반도체 수출 증가, 중동 전쟁 긴장 완화, 기업 투자 심리 회복이 이런 상향 조정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인공지능을 3대 메가 프로젝트로 묶어 집중 육성하는 데 있다. 정부는 수도권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의 조기 완공을 추진하고, 서남권 반도체 팹 4기 구축에 80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충청권 팹 건설, 영남권 차세대 반도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혁신 거점 조성을 더해 생산 능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센서, 액추에이터, 이차전지 같은 핵심 부품 산업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한 것은 반도체 한 품목의 호황에만 기대지 않고 미래 제조업 전반으로 성장 효과를 확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는 성장의 무게중심을 수도권에만 두지 않겠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5극 3특 권역별 특화 산업을 3분기 중 선정하고, 대전·광주·대구·울산에 이어 창업도시 6곳을 추가 지정해 비수도권 산업 기반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지방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 감면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성장 촉진형 세제 지원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저출생과 지역 소멸 우려로 지방 경제가 약해지는 상황에서, 성장 전략을 지역 균형 발전과 연결하지 않으면 국가 전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생 안정 대책도 이번 전략의 한 축이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 0.5%포인트 높은 2.6%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재정을 투입해 대규모 식품 할인 행사를 지원하며 9월에는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중동 전쟁 이후 이어진 에너지 가격 불안과 환율 상승, 금리 부담이 동시에 겹치는 이른바 3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면 유류세 인하 연장도 검토한다. 또 외환시장 개혁을 지속하고 환율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취약 차주 금융 지원과 저금리 대출 확대도 병행할 방침이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조달 구조를 다시 짜고, 에너지 자립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세수를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고, 한국투자공사에 전략투자계정을 만들어 이른바 한국형 국부펀드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 통해 3대 메가 프로젝트와 금융 인프라, 해외 공급망 관련 산업에 장기 지분투자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고용 재편에 대비해 업무 전환 교육을 지원하고 청년 전문 인력 20만명 이상을 양성하기로 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4년 2.45%에서 올해 1.66%까지 낮아질 것으로 본 만큼, 이번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투자 집행 속도와 지역 산업 정착, 물가와 환율 안정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 경기의 지속 여부와 대외 불확실성 관리 성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중장기 성장 경로를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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