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영풍과 고려아연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확인하고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재무제표에 반영돼야 할 비용과 손실이 충분히 잡히지 않으면서 기업의 재무상태가 실제보다 좋게 보였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제13차 회의에서 영풍에 204억7천410만원, 고려아연에 84억2천8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함께 책임이 있다고 본 임원진과 외부감사인에 대한 제재도 병행됐다. 영풍 전 대표이사 등 4명에게는 15억1천150만원, 대주회계법인에는 10억6천800만원이 부과됐고,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 2명에게는 7억6천320만원의 과징금이 결정됐다. 회계 제재는 기업뿐 아니라 경영진, 감사인까지 폭넓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와 직결된다.
증권선물위원회에 따르면 영풍의 핵심 위반 사항은 환경 정화 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누락 또는 과소계상이었다. 충당부채는 앞으로 지출이 거의 확실한 비용을 미리 회계상 비용으로 반영하는 항목인데, 영풍은 제련소 주변지역 오염토양 정화 의무가 있는데도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도 법규상 허용되지 않는 정화방식을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해 충당부채를 실제보다 적게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제련소 주변 임야의 오염토양 정화 명령, 제련소 1·2공장 건축물 하부 오염 토양 정화 의무, 지하수 정화 비용 등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제련소 조업정지와 관련한 손상평가에서도 손상차손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상차손은 자산 가치가 떨어졌을 때 그 감소분을 손실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다.
고려아연은 투자자산 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상품과 관계기업 투자에서 공정가치와 회수 가능액이 낮아졌는데도 평가손실을 실제보다 적게 계상했고, 해외 종속회사와 관련한 영업권 등의 손상차손 역시 과소계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권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장부가를 웃도는 프리미엄 성격의 자산인데, 수익성이 떨어지면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 외부감사 방해 문제까지 적발되면서 회계 투명성 전반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두 회사에 대해 감사인지정 3년과 임원 해임권고, 직무정지 등의 조치도 내린 바 있다. 감사인지정은 회사가 감사인을 자유롭게 고르지 못하고 당국이 정한 감사인을 받아야 하는 제재다.
금융위는 이날 다른 기업들에 대한 회계 제재도 함께 확정했다. 재고자산을 허위로 계상하고 평가손실을 적게 반영한 한결엘에스에는 2억850만원, 전 대표이사 등 2명에게는 4천16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명가유업에는 3억1천390만원, 대표이사 등 2명에게는 3천190만원의 과징금이 결정됐다. 최근 금융당국은 단순한 형식 위반보다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회계 왜곡을 엄정하게 다루는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환경 비용, 자산 손상, 투자자산 가치평가처럼 기업 재무건전성을 직접 좌우하는 항목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더 촘촘해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