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22일 장중 1,480원대 중반까지 오르고, 주간 거래 종가도 1,480원선으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480.1원으로 마감해 전날 같은 시각보다 6.7원 상승했다. 환율은 직전까지 6거래일 연속 내려 1,470원대 초반까지 밀렸지만, 이날은 개장 이후 줄곧 전일 종가인 1,473.4원 위에서 움직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한때 낮 12시 55분에는 1,484.3원까지 올라 불안 심리가 강하게 반영됐다.
이번 환율 반등의 가장 큰 배경은 중동 정세 불안이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국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일부 유조선이 항로를 돌리는 움직임까지 나오자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은 21일(현지시간) 2.02% 오른 배럴당 84.91달러에 마감했고, 이는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이런 상황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국채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3.00베이시스포인트(bp·1bp는 0.01%포인트) 상승한 연 4.628%,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90bp 오른 4.264%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 자산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달러 선호가 강해진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101.147로 올라 다시 101선을 넘었다. 다만 환율 상승 폭은 일부 제한됐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고, 수출업체들의 네고 물량(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꾸는 수요)도 유입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고, 이날 유가증권시장 순매수 규모가 2조622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점도 원화 급락을 다소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엔화 약세는 더 두드러졌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163.107엔으로 0.58엔 올랐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7.42원으로 0.88원 상승했다. 엔화는 전날 달러당 163엔을 넘어 1986년 12월 이후 가장 약한 수준으로 밀렸다. 일본 정부가 21일 발표한 ‘경제재정 운영·개혁 기본 방침’, 이른바 호네부토 방침에서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점이 엔화 약세 압력을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 국제유가, 미국 금리 흐름이 당분간 맞물려 움직일 가능성이 큰 만큼, 원화와 엔화 모두 외부 충격에 민감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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