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SK하이닉스 주가를 추종하는 토큰화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한국 대표 상장주식의 토큰 투자 시장이 먼저 커지고 있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 10일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한 뒤, 해외 거래소들은 이를 기초로 한 토큰화 상품 거래를 빠르게 확대했다.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25일 오후 3시 현재 SK하이닉스 ADR 가격을 따르는 토큰화 상품 4개의 시가총액 합계는 6천590만달러, 약 964억원이다. 이들 상품 규모는 24일 한때 1천억원을 넘겼지만, 이후 SK하이닉스 주가가 조정받으면서 다소 줄었다. 가장 큰 상품은 오케이엑스에서 주로 거래되는 엑스스톡의 SKHYx로 시가총액이 4천990만달러, 약 730억원이다. 바이낸스 계열사가 발행한 SKHYB는 시가총액 1천200만달러, 약 175억원 규모로 지난 13일 출시된 뒤 바이낸스를 포함한 10개 중앙화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일반 가상자산처럼 주말과 공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24시간 거래량만 1천760만달러, 약 257억원에 이르렀고, 하루 수백억원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거래소 정책이나 현지 규제에 따라 토큰증권 거래가 제한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소액으로도 한국 주식 관련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거래소에는 기존 가상자산 이용자 외에 새로운 투자 수요를 끌어들여 수수료 수익을 늘릴 기회가 된다. 특히 한국 주식에 관심은 있지만 현지 증권사 계좌를 통한 직접 거래가 쉽지 않은 해외 투자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내 제도는 법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허용 범위는 아직 보수적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월 공포된 토큰증권 제도화 법, 즉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블록체인 분산원장을 법적 효력을 가진 증권 계좌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주식, 채권, 머니마켓펀드(MMF·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 같은 정형증권을 담을 수 있는 제도적 그릇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다만 금융당국은 곧바로 상장주식을 열기보다 부동산이나 음원처럼 이른바 조각투자 대상이 되는 비정형증권부터 발행과 유통을 허용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하위법규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여기에 주식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상장주식 토큰화가 국내에서 본격화되려면 제도 외에도 시장 기반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비정형증권은 장외거래중개업 인가를 받은 플랫폼에서 유통될 예정이지만, 정형증권은 거래 인프라와 유통 주체를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결제와 청산 체계 보완도 필요하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처럼 블록체인에서 실시간 결제와 정산을 뒷받침할 수단이 갖춰져야 기존 증권시장과 차별화된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현행 규제상 증권을 직접 거래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가 열리더라도 어떤 사업자가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운영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해외 거래소가 한국 주식 토큰 시장을 선점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국내에서는 비정형증권 시장이 안착한 뒤에야 상장주식 토큰화 논의가 본격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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