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종목의 하루 등락폭을 2배나 3배로 키워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가 빠르게 늘면서,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월가 은행들 사이에서 주가 급락 위험을 넘기는 이른바 ‘크래시 풋’ 거래가 함께 커지고 있다. 상품 수가 늘어날수록 은행이 감당해야 할 극단적 손실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새로운 수익 기회와 함께 잠재적 불안 요인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런 흐름을 전하며, 크래시 풋이 레버리지 ETF 시장의 팽창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래시 풋은 ‘클리케’ 또는 ‘안정성 노트’로도 불리는 장외파생상품으로, 특정 기초종목이 하루 만에 50% 안팎 급락하는 드문 상황에 대비하는 일종의 하락 방어 장치다. 은행은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거나 관련 위험을 헤지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테일리스크(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번 터지면 손실이 매우 큰 위험)를 이 상품을 통해 다른 투자자에게 넘긴다. 대신 위험을 떠안는 투자자는 높은 프리미엄, 즉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 대표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기초로 한 관련 거래가 특히 눈에 띈다. 지난 5월 골드만삭스가 제안한 크래시 풋은 이들 종목에 연동된 2배 레버리지 ETF의 극단적 하락 위험을 최장 1년 동안 부담하는 대가로 14.2∼20.0% 수익률을 제시했다. BNP파리바가 제시한 일일 갭풋 프리미엄도 가파르게 뛰었다. SK하이닉스 대상 상품은 3월 3.5%에서 5월 6.5%로, 삼성전자 대상 상품은 같은 기간 2.0%에서 5.5%로 올랐다. 이는 해당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 수요가 커졌고, 동시에 급락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비용도 높아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 위험이 현실화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전기차업체 루시드그룹 주가가 장중 57%까지 급락하자, 이를 추종하던 연동 레버리지 ETF는 이후 상장 폐지됐다. 이 사례는 레버리지 ETF가 단순히 주가 움직임을 크게 따라가는 상품이 아니라, 급변동 장세에서는 상품 자체의 존속까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운용사 재너스헨더슨의 나타샤 시블리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런 상품에 대한 수요가 과거에 본 적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고,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라몬 베라스테기 최고투자책임자는 은행들이 레버리지 ETF를 헤지하기 위해 오히려 크래시 풋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모도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2천500억달러, 약 361조원에 육박하고 미국에만 700개가 넘는 상품이 상장돼 있다. 미국의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지난 6월 2천억달러를 웃돌며 정점을 찍은 뒤 현재 1천600억달러, 약 231조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시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경고한다. 아카디언 자산운용의 오언 러몬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크래시 풋에 중복된 숨은 레버리지와 다수의 거래상대방 위험이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이어지는 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변동성이 한 번 크게 터질 경우 파생상품 시장 전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로 번질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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