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이 두산으로 넘어가는 절차에 들어가면서 국내 신용평가 3사가 모두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검토 대상으로 돌렸다. 현재의 신용등급 자체는 유지됐지만, 최대주주가 바뀌면 기존에 반영돼 있던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NICE신용평가는 8월 3일 SK실트론의 선순위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A+, A2+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검토 대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매긴 SK실트론의 장·단기 신용등급은 모두 같고, 전망 역시 일제히 하향검토로 맞춰졌다. 신용등급 전망은 앞으로 등급이 올라갈지 내려갈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하향검토는 통상 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가 점검에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SK의 지분 매각 계약이다. SK는 지난 7월 31일 보유 지분과 총수익스와프, 즉 TRS 계약 지분을 합친 SK실트론 지분 70.61%를 두산에 약 2조3천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7년 1월 31일이다. 기업 신용도는 재무상태뿐 아니라 대주주의 지원 여력과 의지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런 대형 인수·합병 거래가 진행되면 신용평가사들은 통상 기존 평가의 전제를 다시 살펴본다.
평가사들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SK실트론의 현 등급에 반영된 계열 지원 가능성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SK실트론의 신용등급이 자체 신용도보다 한 단계 높게 조정돼 있으며, 여기에는 SK그룹의 비경상적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경상적 지원은 평소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지원이 아니라, 유사시 대주주나 그룹이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뜻한다. SK실트론이 두산그룹으로 편입되면 이런 상향 요인이 사라질 수 있어, 현재 등급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평가사들의 기본 시각이다.
다만 사업 기반 자체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SK실트론은 반도체용 웨이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꼽히고, 주요 거래처와의 거래 관계도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다. 평가사들은 특히 SK하이닉스와의 영업 관계가 향후에도 지금처럼 유지될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차입금은 약 1조2천억원으로 집계됐지만, 보유 현금과 시중은행 차환 대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장 차입금 대응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최종 신용등급 판단은 인수대금 납부 등 거래가 실질적으로 종결되는 시점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SK실트론의 새 지배구조가 실제 영업 안정성과 자금조달 여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등급 조정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