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쟁 국면은 일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다만 양측은 의결권 제한 조치의 위법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별도의 책임 추궁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MBK·영풍은 4일 지난해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와 관련한 본안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송 제기 목적이 사실상 달성됐다고 판단해 법원에 취하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법정기간 안에 당사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 결정은 확정되고,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이번 소송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갈등 속에서 시작됐다. 당시 고려아연은 주주총회 하루 전 해외 계열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이 영풍 지분 10% 이상을 취득해 상호주 관계가 성립했다는 이유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했다. 상호주 관계는 회사끼리 서로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때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3월 이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고 임시주총 결의의 효력을 정지했고, 당시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직무집행도 정지시켰다. 고려아연이 이에 불복했지만 가처분 결정은 유지됐고, 문제된 결의는 지금까지 효력이 멈춘 상태였다.
MBK·영풍이 이번에 소송을 접기로 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당시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사임하면서, 이사회 구성 문제를 더 다툴 실익이 줄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여기에 액면분할 안건에 대한 입장 변화도 반영됐다. 양측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결의를 취소하는 것보다 실제로 액면분할을 추진하는 편이 소액주주의 거래 접근성을 높이고 주주가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액면분할은 주식 한 주를 여러 주로 나눠 거래 단가를 낮추는 조치인데, 주가가 높아 개별 투자자의 진입이 어려운 종목에서 유동성을 늘리는 수단으로 자주 거론된다. MBK·영풍은 고려아연 주가가 100만원을 넘는 수준이어서 일반 투자자의 접근과 주식 유통이 제한돼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소 취하가 분쟁의 완전한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이 해외 계열회사를 활용해 상호주 관계를 만들고, 이를 근거로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은 물론 공정거래법상 책임까지 계속 묻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서는 주주총회 절차와 의결권 행사 방식이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만큼, 이번 사안도 단순한 소송 취하를 넘어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 기준을 둘러싼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다음 국면에서 법적 책임 공방과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함께 전개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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