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일 장중 1,410원대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10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7원 내린 1,423.8원에 집계됐다. 환율은 1,423.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15분께 1,424.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오전 11시7분께 1,414.5원까지 떨어졌다. 오후 3시 무렵까지는 1,420원선을 밑돌기도 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2025년 10월 2일 1,399.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환율 하락에는 국제 유가 안정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원유 가격이 내렸고, 이는 에너지 수입 부담이 큰 한국 원화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5.22달러로 전장보다 0.7% 하락했다. 앞서 3일에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이 각각 4.7%, 5.1% 급락한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60일짜리 임시 합의안 초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란 외무부도 항로 좌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이 나아진 점도 환율을 끌어내렸다.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 즉 에이디아르 상장 이후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 물량이 늘어난 데다 환율이 내려가자 수출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파는 네고 물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 이후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전반의 상승 압력도 다소 약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6일 오후 3시30분 기준 99.746으로, 지난 4일 100을 웃돌았던 수준에서 다시 100 아래로 내려와 있다. 엔/달러 환율은 같은 시각 157.838엔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64엔에 육박했던 흐름과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반등한 셈이다.
다만 환율 하락 속도가 계속 가팔라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보다 4.58% 하락한 6,296.38에 마감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3천27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는 움직임은 원화 약세 요인이기 때문에 환율 추가 하락을 일부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에이디아르 물량 효과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지고, 미국과 일본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커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는 달러 유입이 얼마나 이어지느냐와 미국 통화정책이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말부터는 SK하이닉스 관련 달러 유입 효과가 약해질 수 있고,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 달러 강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하반기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성향이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 위로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최근 환율 하락은 유가 안정과 수급 개선, 엔화 강세가 겹친 결과이지만,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금리 경로와 외국인 자금 움직임에 따라 다시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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