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명목 성장률과 기업 자금 조달 흐름을 보면 패닉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데이비드 스티븐슨(David Stevenson) 텔레그래프(The Telegraph) 금융 칼럼니스트는 25일(현지시간) 칼럼에서 “미국 채권시장의 혼란은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금리 상승을 금융위기 이후 낮은 금리에 익숙해진 시장이 정상화 과정을 받아들이는 국면으로 해석한 것이다.
스티븐슨은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4.7%에 도달하더라도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조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장기 평균 수준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봤다.
핵심은 금리 절대 수준보다 경제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차입 비용은 커지지만, 성장률이 함께 유지되면 금리 상승을 곧바로 경기 붕괴 신호로 읽기는 어렵다.
스티븐슨은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투자자들이 실제로 크게 우려한다면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먼저 움직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DS는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을 사고파는 파생상품으로, 국가나 기업의 신용위험을 시장이 어떻게 보는지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그는 실제 CDS 프리미엄이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채권 금리 상승이 신용위험 급등보다 기간 프리미엄과 물가·재정 부담을 반영한 움직임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기업 자금 조달도 아직 막히지 않은 것으로 제시됐다. 스티븐슨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집계를 근거로 미국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전년 대비 36% 증가한 1조5000억 달러(약 2074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 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금리가 높아졌지만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시장이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자금을 계속 공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AI 설비투자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력 인프라처럼 장기간 자금이 필요한 분야와 맞물린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 회수 기간이 긴 사업의 부담은 커지지만, 자금시장이 열려 있다면 기업 투자가 단번에 멈춘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론도 남아 있다. 장기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정부 이자 부담과 달러 가치, 주식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스티븐슨도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6%를 넘는 구간에서는 채권의 위험 대비 보상이 주식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미국채 금리와 성장률의 조합이 위험자산 심리를 보는 기준이 된다. 앞서 본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웃도는 흐름이 뉴욕 증시의 단기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크립토 시장과의 연결점도 직접 가격 전망이 아니라 금리와 달러, 위험자산 선호의 경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미국 성장률 수치 하나보다 물가, 고용,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대가 함께 반영되는 자산군이다.
본지는 앞선 보도에서도 성장률 추정치가 강하게 나온다고 해서 크립토 가격 방향이 곧바로 정해지는 구조는 아니다고 짚었다. 이번 분석 역시 채권시장 불안을 부정하기보다 금리 상승만으로 시장 전체를 패닉으로 해석하는 데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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