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Kevin Warsh)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취임 뒤 최근 두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문과 회의록의 단어 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금리 경로를 미리 설명해 온 연준의 소통 방식이 실제 문서 분량에서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워시 의장이 주재한 FOMC 회의 뒤 발표문과 회의록의 단어 수를 과거 자료와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발표일, 표결 기록 등 반복 문구를 제외한 발표문과 회의록 본문이었다.
최근 두 차례 FOMC 발표문은 2008년 1월 이후 단어 수가 가장 적었다. 워시 의장 취임 뒤 나온 FOMC 회의록도 2008년 9월 이후 가장 짧았다.
리치먼드 연은은 단기 변동을 줄여 흐름을 보기 위해 8개 회의 이동평균도 함께 계산했다. 이 방식은 특정 회의 한 번의 문구 변화보다 일정 기간에 걸친 소통 분량의 방향을 보는 데 쓰인다.
회의록 축소는 일부 문단에 그치지 않았다. 리치먼드 연은은 2009년 중반 이후 FOMC 회의록을 △금융시장 및 공개시장 조작 동향 △연준 이사회 경제 상황 검토 △금융 상황 검토 △연준 경제학자 경제전망 △FOMC 참석자들의 경기 판단 △위원회의 정책 조치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비교했다.
최근 두 차례 회의록에서는 6개 부문 가운데 4개 부문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전 의장 시절 마지막 FOMC 회의록보다 각각 200단어 이상 줄었다. 통화정책 결정문뿐 아니라 회의 배경과 위원들의 판단을 설명하는 문서 전반에서 분량이 줄어든 셈이다.
FOMC 발표문은 기준금리 결정과 정책 판단을 담은 공식 문서다. 회의록은 이후 공개되는 의사록으로, 위원들이 물가와 고용, 금융 여건을 어떻게 봤는지 보여주는 보충 자료에 가깝다.
연준의 문서가 길어졌던 시기는 대체로 경제 충격이 컸던 때였다. 리치먼드 연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FOMC 발표문과 회의록 단어 수가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위기 국면에서 정책 배경과 판단 근거를 더 자세히 설명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이 중앙은행의 다음 행보를 예민하게 해석할 때는 문서의 길이와 표현도 통화정책 신호로 읽힌다.
단어 수는 연준의 이중책무와도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리치먼드 연은은 2009년 중반 이후 FOMC 발표문 단어 수가 실업률이 높을 때 길어지는 경향을 보였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높을 때는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이라는 이례적 구간을 제외해도 같은 관계가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고용 악화 국면에서는 정책 판단을 더 길게 설명하고, 물가 압력이 높은 시기에는 문구가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흐름이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리치먼드 연은은 워시 의장 체제의 최근 두 차례 발표문이 과거 추이에 견줘서도 매우 간결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문서 분량 축소가 단기 변동을 넘어 소통 방식 변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화는 워시 의장이 보여 온 소통 축소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앞서 본지는 워시 의장이 점도표와 경제전망요약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적정 기준금리 경로를 점으로 표시하는 자료다. 경제전망요약은 성장률, 실업률, 물가, 금리 전망을 함께 제시해 시장이 연준의 정책 경로를 가늠하도록 돕는 장치다.
연준 공식 회의 일정상 워시 의장이 주재한 두 차례 회의는 6월 16~17일과 7월 28~29일 FOMC다. 7월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동결했고, 표결은 9대 3이었다.
베스 해맥(Beth Hammack),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로리 로건(Lorie Logan)은 0.25%포인트 인상을 선호하며 반대표를 냈다. 회의록이 짧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시장 영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리치먼드 연은은 이러한 소통 전략 변화가 경제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계속 연구할 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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