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0억달러 순대외금융자산, 외채와 다르다

| 서도윤 기자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올해 2분기 말 640억 달러(약 89조원)로 줄었다. 전분기보다 6,895억 달러(약 954조원) 감소한 것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한국은행은 20일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서 2분기 말 순대외금융자산이 전분기 말 7,536억 달러(약 1,042조원)에서 640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금융부채를 뺀 값이 한 분기 만에 크게 줄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한 나라의 대외지급능력을 가늠할 때 쓰이는 지표다. 국내 거주자의 대외금융자산이 외국인의 국내 금융자산 보유액보다 많으면 플러스가 된다.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2010년 마이너스 1,327억 달러였다가 2014년 3분기 플러스로 전환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해외투자 확대가 누적되면서 2024년 말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감소는 해외자산 축소보다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대외금융부채 확대의 영향이 컸다. 2분기 말 대외금융자산은 3조843억 달러(약 4,266조원)로 전분기보다 2,017억 달러(약 279조원) 늘었다.

반면 대외금융부채는 3조202억 달러(약 4,177조원)로 8,912억 달러(약 1,233조원) 증가했다. 한국은행 자료에서 비거주자 증권투자는 전분기보다 8,593억 달러(약 1,188조원) 늘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이 커지면 통계상 대외금융부채가 늘어난다. 다만 이는 기업이 원리금을 확정적으로 갚아야 하는 차입금과 성격이 다르다.

대외금융부채는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같은 지분성 상품까지 포함한다. 국내 주가가 오르면 부채 항목이 커질 수 있지만, 같은 폭의 외채가 새로 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대외채무는 채권과 차입금처럼 만기와 상환 의무가 정해진 부채다. 순대외금융자산 감소만으로 대외지급능력 악화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외채권·채무 지표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2분기 말 순대외채권은 3,678억 달러(약 509조원)로 전분기보다 23억 달러 증가했다.

대외채권은 1조1,806억 달러(약 1,633조원)로 407억 달러(약 56조원) 늘었다. 대외채무는 8,128억 달러(약 1,124조원)로 384억 달러(약 53조원) 증가했다.

단기외채 관련 지표는 상승했다. 2분기 말 단기외채를 준비자산으로 나눈 비율은 46.5%로 전분기보다 3.1%포인트 올랐다.

대외채무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0.7%포인트 상승했다. 본지가 앞서 전한 단기외채 비율 상승과 순대외금융자산 급감 흐름도 같은 통계에서 나온 변화다.

신상호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한국은행 블로그에서 이희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과 함께 순대외금융자산 감소의 의미를 설명했다. 신 과장은 "대외금융부채와 대외채무는 다른 개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감소를 대외지급능력 약화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본지가 앞서 전한 2분기 순대외금융자산 급감이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평가효과와 연결됐다는 한국은행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부채의 성격이다. 순대외금융자산 640억 달러라는 숫자는 대외건전성 경고음으로 읽힐 수 있지만, 이번 감소가 국내 주식 평가액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과 상환 의무가 있는 대외채무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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