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에너지 수입이 원유와 가스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에서는 미국산 물량이 늘었지만, 원유에서는 러시아산 비중이 여전히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씨엔비씨(CNBC)는 27일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인 인도 시장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인도는 2023년 기준 세계 3위 에너지 소비국이자 세계 2위 순원유 수입국이다. 같은 해 러시아는 인도 원유·콘덴세이트 수입의 약 39%를 차지했다.
이번 흐름은 단일 시장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는 구도라기보다 품목별 공급망이 갈라지는 양상에 가깝다. LPG와 LNG에서는 미국산 비중이 커졌고, 원유에서는 러시아산이 최대 공급원 지위를 유지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중질유 처리 설비를 가진 인도 정유사들에 보완 공급처로 부상했다.
인도 정부는 3월 브리핑에서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밖 경로로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LPG는 소비량의 약 60%를 수입하고, 그 수입분의 약 9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고 설명했다. 중동 항로 불안이 원유보다 LPG 수급에 더 직접적인 압박을 준 셈이다.
비즈니스스탠더드(Business Standard)는 케이플러(Kpler) 데이터를 근거로 인도가 7월 미국에서 LPG 89만 톤, 8월 62만 톤을 들여왔다고 보도했다. 두 달 합계 151만 톤은 인도 LPG 수입의 73%를 넘었다. LNG에서도 미국산 수입은 7월 72만 톤에서 8월 75만 톤으로 늘었다.
수미트 리톨리아(Sumit Ritolia) 케이플러 선임 매니저는 미국산 LPG 이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중동산의 단순 대체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동 공급 제약과 대체 조달 필요가 동시에 작용했다는 뜻이다.
LPG는 취사와 난방에 쓰이는 액화석유가스이고, LNG는 천연가스를 액화한 연료다. 두 연료 모두 해상 운송과 장기 공급계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항로가 흔들리면 현물 조달과 선적 일정에도 부담이 커진다.
원유 시장의 흐름은 다르다. 로이터(Reuters)는 7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이 50.83%, 물량은 하루 247만 배럴이었다고 전했다. 8월 수입이 하루 180만~200만 배럴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추정도 나왔지만, 러시아가 최대 공급국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함께 제시됐다.
미국산 원유가 러시아산을 곧장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인도 정유설비는 중질유 처리에 맞춰진 곳이 많다. 미국산 경질유는 일부 설비와 맞지 않고, 운송 거리도 길다.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보완 공급처로 거론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비즈니스스탠더드는 8월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하루 44만4000배럴 수준으로 늘어 인도의 네 번째 공급국이 됐다고 전했다. 다만 물량과 품질, 운임 조건을 고려하면 전면 대체재로 보기는 어렵다.
가격 부담도 커졌다. 비즈니스스탠더드는 8월 베네수엘라산 메레이 원유 전달 가격이 배럴당 95달러(약 13만원)까지 올라 65% 이상 뛰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원유도 할인 거래에서 프리미엄 거래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유사들의 조달 다변화는 앞선 흐름과도 이어진다. 본지는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조달 차질 속에 중동·아프리카·현물시장으로 구매선을 넓히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미국산 LPG·LNG 확대는 원유가 아닌 가스 부문에서 다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난 사례다.
정치 변수도 남아 있다. 로이터는 7월 미국 상원이 러시아 에너지 구매국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진전시켰고, 하원 표결을 남겨뒀다고 보도했다. 법안이 현실화하면 인도 정유사와 미국·인도 무역 협상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인도 정부는 2월 러시아 대신 베네수엘라 원유를 포함한 공급처를 상업성 기준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인도가 미국산과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더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조달은 가격, 원유 성상, 운송 여건이 함께 맞아야 한다.
인도 에너지 재편은 미국산 확대와 러시아산 유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LPG와 LNG는 미국산 비중이 커졌고, 원유는 러시아산이 중심을 지키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산이 일부 보완하는 흐름이다. 미국의 대러 관세 법안은 하원 표결을 남겨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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