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스 저장률 63.8%, 겨울 가격 압박 커졌다

| 이준한 기자

유럽연합(EU)의 가스 저장률이 8월 말에도 60%대 초반에 머물면서 겨울철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중동 액화천연가스(LNG) 흐름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유럽 도매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100유로를 넘을 수 있다는 조건부 전망도 제시됐다.

가스 인프라 유럽(GIE)에 따르면 EU 가스 저장률은 26일 오후 1시 한국시간 기준 63.8%였다. 저장량은 721.15TWh로 집계됐다. 독일은 51.64%, 네덜란드는 45.34%에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82.18%로 올라 국가별 편차가 컸다.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유럽 도매가스 기준물인 네덜란드 프런트먼스 TTF는 26일 장중 68유로를 웃돈 뒤 장 후반에도 66유로대에 머물렀다. 유로뉴스가 제시한 24일 EU 저장률은 62.99%였다. 같은 지표가 하루 이틀 사이 달라 보이는 것은 집계 시점 차이에 따른 것이다.

이번 가격 논쟁의 핵심은 100유로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조건이다. 사만다 다트(Samantha Dart)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와 로라 시르(Laura Cyr)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중동 에너지 수출이 2027년까지 점진적으로만 정상화되는 시나리오에서 2026년 12월 TTF가 100유로를 넘어야 할 수 있다고 봤다고 CNBC는 전했다. 이는 골드만삭스의 50유로 기본 시나리오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EU 가스 저장률은 8월 초부터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다. 유로뉴스는 8월 1일 기준 EU 저장률이 57.1%로 해당 시점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15일 기준 저장률도 60.8%로, 2021~2025년 같은 시기 최저 수준보다 낮았다고 S&P글로벌은 보도했다.

유럽 가스 시장은 2022년 러시아발 공급 충격 이후 구조가 바뀌었다. 러시아 파이프라인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LNG 의존도는 커졌다. 그만큼 호르무즈 해협과 아시아 수요, 북미 LNG 공급, 유럽 저장 속도가 한꺼번에 가격을 흔드는 구조가 됐다.

저장률은 겨울 난방 수요와 산업용 수요에 대비해 저장시설에 채운 천연가스 비율이다. 저장고가 충분히 차 있으면 단기 가격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커지지만, 비축 속도가 늦으면 현물 조달과 LNG 확보 경쟁에 더 민감해진다. 이 흐름은 본지가 앞서 보도한 독일과 유럽의 가스 저장률 압박과도 이어진다.

EU 차원의 목표도 가격 판단에 영향을 준다. EU는 가스 저장 목표를 90%로 두고 있지만, 시장 여건에 따라 80%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독일의 저장 목표와 EU 차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저장률을 같은 잣대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책 당국의 평가는 시장의 긴장과 다소 다르다. 에바 흐른치로바(Eva Hrncirova)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0일 “천연가스 공급에 즉각적인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당시 EU 저장률은 62% 수준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점 74%보다 낮지만, 집행위는 즉각적인 공급 차질 단계로 보지는 않았다.

독일 쪽에서는 신중론이 더 강하다. 로이터 계열 보도는 독일 정부가 저장 보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정책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산업계도 대형 소비자들이 현물시장에만 의존할 경우 가격과 물량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가계 부담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국가마다 다르다. 도매가격 상승이 곧바로 전기·가스요금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될 수 있지만,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계약 구조상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시장에는 물가와 에너지 비용 경로를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 가스 가격이 오르면 글로벌 LNG 현물 경쟁이 강해지고, 아시아 수요가 겹칠 경우 조달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본지도 앞서 유럽 가스 저장률과 물가·금리 압박이 맞물리는 흐름을 전한 바 있다.

다만 100유로 상회는 기본 전망이 아니라 조건부 시나리오다. 현재 확인된 사실은 EU 저장률이 예년보다 낮고, 시장이 겨울철 LNG 확보 비용을 더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겨울 가스 가격은 저장률 하나가 아니라 중동 LNG 흐름, 아시아 수요, 기온, 각국 정책 대응이 함께 좌우한다.

EU 저장률은 26일 기준 63.8%까지 올라왔지만 8월 하순 기준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장은 겨울 진입 전 저장 보충 속도와 중동 LNG 흐름이 TTF 가격을 얼마나 더 밀어올릴지를 지켜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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