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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저장률 62%, 유럽 물가·금리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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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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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오르면서 천연가스 가격과 겨울 비축률이 금리 판단 변수로 떠올랐다. EU 가스 저장률은 8월 20일 기준 62%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 74%를 밑돌았다.

 유럽 가스 저장시설과 파이프라인 / TokenPost.ai

유럽 가스 저장시설과 파이프라인 / TokenPost.ai

유럽의 물가 불안이 원유보다 천연가스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오르자 겨울 난방과 전력 수요에 직접 닿는 가스 가격, 저장률, 액화천연가스(LNG) 조달 경쟁이 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6월 2.8%보다 높아졌다. 에너지 항목은 전체 물가 상승률에 0.94%포인트를 보탰고, 서비스는 1.55%포인트를 더했다.

가스 수급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8월 20일 천연가스 저장률이 62% 수준이라며 당장 공급 불안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같은 시점의 EU 저장률은 74%였다.

저장률은 겨울철 난방 수요를 앞두고 유럽 에너지 시장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저장고가 충분히 차 있으면 단기 가격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커지지만, 비축 속도가 늦으면 현물 조달과 LNG 확보 경쟁에 더 민감해진다.

이 흐름은 본지가 앞서 보도한 독일과 유럽의 가스 저장률 압박과도 이어진다. 당시에도 낮은 저장률과 LNG 조달 경쟁은 겨울철 가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LNG 가격이 202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수요와 중동발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유럽의 겨울 물량 확보 부담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가스 저장률이 63% 안팎으로, 통상적인 8월 평균 80%를 크게 밑돈다고 전했다. 같은 보도에서 ING 분석가들은 저장 목표를 맞추지 못할 경우 강제 매입이 가격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연가스가 원유보다 더 큰 변수로 거론되는 이유는 소비 구조에 있다. 유럽은 난방, 전력, 산업용 에너지에서 가스 의존도가 높다. 원유 가격은 운송과 정유 제품을 통해 물가에 반영되지만, 가스 가격은 전기요금과 난방비, 제조 비용으로 더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유럽 에너지 시장은 2022년 러시아산 가스 공급 축소 이후 저장률과 LNG 조달에 더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배관 가스 비중이 줄면 장기 계약과 현물 LNG 가격, 아시아와의 물량 경쟁이 겨울철 가격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유럽중앙은행(ECB) 안에서도 에너지 비용을 물가 경로의 핵심 변수로 보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자벨 슈나벨(Isabel Schnabel) ECB 이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정책금리로는 인플레이션이 중기 목표로 돌아가기 어렵고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2%를 웃돌 수 있다는 판단이다.

로이터는 ECB 정책위원들이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에 기울고 있으며, 그 배경으로 중동 분쟁과 천연가스 가격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후 추가 인상까지 미리 시사할 가능성은 낮게 보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채권시장도 같은 압력을 반영했다. 독일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3.79%까지 올라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조달 비용이 커지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기대를 자극하면 중앙은행의 금리 판단도 더 신중해진다.

독일 장기금리 상승은 유럽 전체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준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경우 투자자는 장기 채권에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이는 재정 부담과 기업 차입 비용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유럽 가스 가격은 단순한 지역 에너지 이슈에 그치지 않는다. LNG 현물 가격이 높아지면 아시아 조달 경쟁이 함께 거세질 수 있고, 에너지 비용은 물가와 환율, 금리 기대를 통해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단계에서 공급안보 위험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저장률과 가격, 중동발 공급 차질이 동시에 움직일 때다. 유럽의 단기 물가 압력은 원유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겨울 전 천연가스 저장률과 LNG 가격이 다음 통화정책 회의까지 핵심 점검 항목으로 남게 됐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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