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AI 생산성·투자 확대를 성장 상방 요인으로 봤다

| 최윤서 기자

한국은행이 인공지능(AI)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투자 확대를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의 상방 요인으로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27일 공개한 ‘2026년 8월 경제전망’에서 국내경제가 올해 3.3%, 내년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상황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경기 호황과 그 파급효과가 성장 흐름을 뒷받침한다는 판단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경제가 지속할 수 있는 성장 속도다. 노동 투입, 자본 축적, 총요소생산성의 흐름이 함께 반영된다.

AI가 업무 시간을 줄이고 생산 방식을 바꾸면 총요소생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관련 투자가 늘면 자본 축적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한국은행은 AI 효과를 잠재성장률 상향으로 바로 연결하지는 않았다. 연합인포맥스는 한국은행이 잠재성장률 재추정에 대해 상향 방향을 전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는 AI 확산이 생산성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커졌지만, 실제 성장 여력으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별도로 점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시적 업무 효율 개선이 거시경제 지표로 나타나는 데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앞서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를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결정에서 현재 성장률뿐 아니라 경제의 기초 체력과 물가 압력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전망에서는 물가 판단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2.7%, 내년 2.3%로 전망했다.

근원물가는 누적된 비용 충격 전이와 수요 압력 확대로 올해와 내년 모두 2.5%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전체 물가 둔화에도 기조적 물가 압력이 쉽게 낮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AI 효과를 둘러싼 평가는 아직 엇갈린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공개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생산성 혁신 기대가 커졌지만, 거시적 생산성 지표에서는 아직 뚜렷한 신호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평가는 AI 활용이 기업과 업무 단위에서는 효율을 높일 수 있어도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 개선으로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생산성 향상이 투자, 고용, 소득,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가 함께 작동해야 잠재성장률에도 반영될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24년 BOK 이슈노트도 잠재성장률 하락 배경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 총요소생산성 둔화, 자본 투자 증가세 약화를 꼽았다. 같은 보고서는 구조개혁이 성공하면 총요소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장기 잠재성장률을 기준 전망보다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는 이 구조개혁 논의의 한 축으로 들어왔다. 반도체 경기 호황은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요인이고, AI 활용 확산은 중장기 생산성을 좌우할 변수다.

본지는 앞서 AI가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단일 경로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의 분석을 전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투자 수요와 자본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노동소득과 소비로 환류되는 정도에 따라 통화정책 기준점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번 전망 경로에서 반도체 경기와 중동 상황 관련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 재점검 결과가 정리되면 성장률 전망과 금리 판단의 기준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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