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논쟁 세 갈래, 8월 심리 51.7로 하락

| 류하진 기자

미국 경제를 팬데믹 이후의 ‘K형’ 회복으로 보던 해석이 흔들리고 있다. 저소득층이 따라붙는 ‘C형’ 회복론과 계층별 격차가 남는 ‘E형’ 해석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같은 소비 지표를 두고 결론이 갈리고 있다.

CNBC는 한국시간 29일 밤 미국 경제의 형태를 둘러싼 기존 합의가 약해졌고, 학계와 월가에서 K형·C형·E형 해석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형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소비·자산 경로가 갈라지는 구조를 뜻한다. C형은 하단 계층이 회복해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 E형은 상·중·하 계층이 함께 움직이지만 차이는 남는 구조를 가리킨다.

논쟁의 출발점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베센트 장관은 8월 4일 CNBC ‘스쿼크 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K형 경제는 끝났고 C형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위 25% 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과 세금 감면 효과를 근거로 들었다.

반대쪽 지표도 만만치 않다. 미시간대 8월 최종 소비자심리지수는 51.7로 7월 55.2와 2025년 8월 58.2보다 낮았다. 저소득·중간소득층,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응답자에서 심리 하락 폭이 더 컸다.

컨퍼런스보드(The Conference Board)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도 89.4로 7월 90.2보다 내려갔다. 기대지수는 68.2로 하락해 향후 소득·경기·고용에 대한 비관이 커진 흐름을 보였다.

고용 지표도 단일한 회복론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비농업 고용은 2만3000명 감소했고 실업률은 4.1%였다. 5월과 6월 고용은 합계 10만3000명 하향 수정됐다. 고용이 급격히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하단 계층 회복을 단정하기에도 부족한 수치다.

가계부채 쪽에서는 압박이 남았다. 뉴욕 연은은 2분기 총 가계부채가 18조8000억 달러(약 2경5906조원)로 0.1% 줄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잔액은 1조2600억 달러(약 1736조원)로 늘었다. 전체 부채가 소폭 줄어도 일부 차입 부담은 이어진 셈이다.

연준 지역 은행들의 분석도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리치먼드 연은은 7월 경제브리프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 30년간 지속적으로 K형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2001년과 2007~2009년 침체 뒤 회복기에는 K형 패턴이 나타났고, 2021~2023년에는 소득보다 소비에서 K형이 더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미니애폴리스 연은은 3월 자료에서 2022~2024년 BLS 소비지출조사 기준으로는 최근 소비를 일관된 K형으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봤다. 애틀랜타 연은은 5월 18일 보고서에서 2021~2025년 고소득층 소비가 저소득층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쪽 모두 소비는 늘었고 성장률 차이가 소비 불평등 확대를 시사한다고 적었다.

민간 데이터는 수렴론에 힘을 보탰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Bank of America Institute)는 6월 보고서에서 5월 카드지출이 전년 대비 5.1% 증가했고, 소득계층 간 지출·임금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고 밝혔다. 다만 월드컵 영향 가능성을 들어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기업 현장의 체감은 여전히 엇갈린다. CNBC 보도에는 힐튼, 로우스, 컨스텔레이션 브랜즈, 윈덤, 소마그룹 경영진이 K형·C형·E형 경제를 각각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소비와 저가 소비, 필수재와 재량재, 자산 보유층과 비보유층의 체감 차이가 기업 매출에서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히(Robert Reich) 전 미국 노동장관은 8월 공개서한과 인터뷰에서 베센트 장관의 발언에 반박했다. 그는 다수 미국인의 실질 형편이 나빠지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베센트 장관의 수렴론과 라이히 전 장관의 양극화론은 같은 미국 소비를 두고 다른 지표를 앞세운 논쟁으로 이어졌다.

국내 크립토 독자에게 이 논쟁은 특정 토큰 재료보다 금리와 위험자산 심리를 읽는 거시 배경에 가깝다. 미국 소비와 노동시장은 통상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판단에 활용되는 주요 경제 지표다. 금리와 유동성 여건은 달러와 주식,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의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본지는 앞서 미국의 임금 격차 축소와 소비 양극화 지속 흐름을 다룬 바 있다. 당시에도 임금 증가율 격차는 좁아졌지만 소비 증가율과 자산 효과의 차이는 남아 있다는 점이 쟁점이었다.

현재 지표가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가 아니다. 소득, 카드지출, 소비심리, 부채, 자산효과 중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는 K형·C형·E형으로 다르게 보인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경기가 좋아졌는지보다 누가 먼저 회복했고 누가 뒤처졌는지에 놓여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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