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3년 치 전기요금 선납을 두고 금리 조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력망 투자 재원을 미리 확보하려는 한전과 자금 운용 수익률을 따져야 하는 반도체 기업의 이해가 맞물린 사안이다.
연합인포맥스는 3일 채권시장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3년 치 전기요금 선납을 요청하면서 국고채 2년물보다 높고 한전채 2년물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전기요금 선납은 기업이 앞으로 낼 전기요금을 미리 내고, 이후 실제 사용 요금에서 차감받는 방식이다. 선납금에 이자가 붙으면 단순 납부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자금을 맡기는 거래 성격도 갖게 된다.
한전은 이 제도를 대규모 자금 조달 수단으로 바꾸기 위해 별도의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 특례를 신설할 계획이다. 전력 다소비 기업이 전기요금을 앞당겨 내면 한전은 그 자금을 전력망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선납금리가 핵심 쟁점이다. 전기요금을 미리 내면 그만큼 다른 투자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선납금에 붙는 이자가 자금 기회비용을 얼마나 보상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협의에서 제시된 금리는 국고채 2년물보다 높지만 한전채 2년물보다는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국고채는 정부 신용을 반영하는 기준 금리 성격이 강하고, 한전채는 한전의 자금 조달 비용을 보여주는 잣대로 쓰인다.
반도체 기업 일부는 한전이 선납금을 받지 못하면 추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최소 한전채 수준의 금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기업이 부담하는 신용위험과 금리 변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금리가 향후 오를 경우 기업은 지금 선납하는 것보다 나중에 한전채를 사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선납 기간이 3년 치로 거론되는 만큼, 금리 상승 가능성은 협상 과정에서 기업들이 따질 수밖에 없는 변수다.
다만 선납제는 기업에도 전력망 구축 지연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대규모 공장과 산업단지는 전력 공급망이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설비 투자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전에는 사채 발행 외 조달 경로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전기요금 선납금이 들어오면 채권시장 의존도를 일부 낮추고, 송전·변전 설비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앞당겨 확보할 수 있다.
전력망 투자는 반도체 산업단지뿐 아니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장과도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이 전력망과 지역 인허가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본질적으로 채권 투자와 비슷하게 금리가 중요한 이슈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납 요금 금리가 어떻게 책정될지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선납제가 전기요금 거래이면서 동시에 자금 조달 거래의 성격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결국 협상의 초점은 선납 규모보다 금리 산정 방식에 놓여 있다. 한전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려 하고, 기업은 같은 위험을 부담한다면 시장 금리에 맞는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는 구조다.
한전과 반도체 기업들은 전력망 구축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납금리와 세부 조건을 둘러싼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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