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6.89%인데 집값 그대로…이사 계획 가구 7%뿐

| 김하린 기자

미국의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6.89%까지 올랐지만 주택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신 집을 사고파는 거래 자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2일(현지시간) 이런 미국 주택시장의 '동결' 현상을 보도했다. 높은 금리가 매수 수요를 눌렀지만 집값 하락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금리 그 자체보다 '락인 효과'다. 팬데믹 시기인 2021~2022년 초저금리로 2~3%대 고정 모기지를 확보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매물이 마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 새로 대출을 받으면 6%대 후반 금리가 적용돼 금융비용이 3배 넘게 늘어난다. 저금리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이사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토르스텐 슬뢰크(Thorsten Slok) 아폴로(Apollo)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무도 이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집계한 향후 12개월 내 이사 계획 가구 비율은 약 7%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매물이 나오지 않으니 가격은 버티고, 매수 수요만 쪼그라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진단이다. 이런 흐름은 팬데믹 이후 형성된 초저금리 모기지 계층과 신규 구매자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연방준비제도(Fed)는 2021~2022년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유지했고, 이 시기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도 2~3%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속 금리 인상 국면에서 모기지 금리가 6%대까지 뛰었지만, 이미 저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은 그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두 진영으로 갈렸다. 신규 구매자는 높은 금리와 높은 가격이라는 이중 부담에 시장 진입을 미루고, 기존 소유자는 저금리 혜택을 포기할 수 없어 매물을 내놓지 않는다.

가격 부담은 세대 간 격차로도 나타난다. 미국 가구의 75%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은 30만달러(약 4억710만원) 이하인 반면, 중간 가격대 주택은 40만달러(약 5억4280만원)를 넘는다.

첫 주택 구매자의 중간 연령은 현재 40세로, 2008년 30세보다 10년 높아졌다. 젊은 세대일수록 시장 진입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경고음도 나온다. 데이비드 로젠버그(David Rosenberg)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여러 주택 가격 지표에서 '균열' 조짐이 보인다며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주택시장과의 유사성을 거론했다.

다만 이는 가능성 수준의 경고로, 당시와 비교할 근거를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은행 부채 구조와 대출 규제 환경이 2008년과 다르다는 점도 차이로 자주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평균금리가 6%대 중후반에 머문 흐름을 전했다. 이번 발표로 금리는 그 범위 상단인 6.89%까지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량 급감과 가격 경직이 동시에 나타나는 지금의 구조는 금리 인하만으로 풀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3%대 모기지를 포기하도록 유인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 모기지 시장은 통상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미국과 같은 락인 효과가 그대로 나타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 흐름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유동성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꼽힌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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