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다시 5%선에 접근하면서 정치권의 금리 인하 요구만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고용 호조와 재정적자, 인공지능(AI) 투자 자금 수요가 장기물 금리를 함께 떠받치는 구조로 풀이된다.
씨엔비씨(CNBC)는 장기 미 국채 수익률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 대규모 정부 차입, AI 관련 기업 채권 발행 부담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곧바로 장기금리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AP는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이 16만2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4.1%로 유지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같은 날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이 4.802%, 30년물 수익률이 5.258%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전날 완화적 발언에 내려갔던 금리는 하루 만에 고용지표를 반영해 되돌려졌다. 고용이 버티면 경기 둔화 기대가 약해지고, 장기물 투자자는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재정 부담도 장기금리의 하단을 막는 요인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월 전망에서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를 1조9000억 달러(약 2578조원)로 제시했다. 8월 월간 보고서에서는 2026회계연도 첫 10개월 적자가 1조8000억 달러(약 2443조원)로 집계됐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국채 발행과 차환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 시장이 이를 흡수하려면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고, 이는 장기물 금리의 구조적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장기물 시장 유동성을 보강하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재무부는 8월 19일 발표문에서 9월 9일부터 10~20년, 20~30년 만기 명목 국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1회 규모를 2억 달러에서 최소 4억 달러(약 5428억원)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11월 4일까지 적용된다.
바이백은 정부가 만기 전 국채를 다시 사들여 시장 유동성과 부채 구조를 관리하는 장치다. 다만 재정적자, 국채 공급, 기업 차입 수요가 동시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장기금리 방향을 단독으로 바꾸는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AI 투자 붐도 채권시장에서는 공급 부담으로 작용한다. J.P.모건자산운용은 7월 28일 보고서에서 2026년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발행이 2500억 달러(약 339조원)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형 기술기업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면 투자자 자금을 놓고 국채와 회사채가 경쟁하는 구조가 된다. 국채가 같은 자금을 끌어오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긴다.
존 윌리엄스(John Williams)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장기금리 상승을 인플레이션 공포보다 강한 미국 경제와 AI·데이터센터 투자 수요의 반영으로 봤다. 이는 정치권의 금리 인하 요구와 별개로 채권시장이 성장, 물가, 공급 부담을 함께 가격에 넣고 있다는 뜻이다.
프레디맥(Freddie Mac)의 9월 3일 주간 조사에서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71%였다. 장기 국채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차입 비용으로 번지며 실물경제의 자금 조달 여건을 바꾼다.
이번 사안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대한 직접 재료보다는 장기금리와 달러 유동성 변화를 통해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장기채 ETF 가격 하락과 국채 공급 부담, 빅테크 채권 발행 증가가 겹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안도 장기금리를 연준 정책 기대 하나로만 볼 수 없고, 정부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는 흐름에 놓여 있다.
시장 확인 일정은 우선 9월 9일 재무부의 장기 명목 국채 바이백 확대 적용이다. 해당 한도는 11월 4일까지 유지되며, 이후 장기물 수익률은 고용과 물가 지표, 국채 발행 물량, AI 인프라 자금조달 규모를 함께 반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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