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ETF 자금이 중간 만기에서 빠져 초단기와 장기 만기로 갈라지는 흐름을 보였다. 투자자들은 7~10년 구간보다 현금성 국채와 장기 듀레이션 상품을 함께 고르는 모습이다.
ETF닷컴(ETF.com)은 9월 2일 일간 ETF 자금 흐름에서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채 ETF(SGOV)에 18억2012만달러(약 2조4703억원), 아이셰어즈 1~3년 미국채 ETF(SHY)에 4억5689만달러(약 6201억원)가 순유입됐다고 집계했다. 같은 날 뱅가드 S&P500 ETF(VOO)에도 32억7857만달러(약 4조4490억원)가 들어왔다.
이 흐름은 채권만으로 피신하는 장세와는 다르다. 초단기 국채 ETF에 돈이 들어오면서도 미국 대표 주식형 ETF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시장이 위험을 일괄적으로 줄였다기보다 금리 민감도와 유동성을 나눠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센트럴(ETF Central) 집계에서도 같은 구도가 확인됐다. 8월 31일 기준 SGOV의 1개월 순유입은 57억5000만달러(약 7조8028억원), 아이셰어즈 20년 초과 미국채 ETF(TLT)는 54억6000만달러(약 7조4092억원)였다. 반면 아이셰어즈 7~10년 미국채 ETF(IEF)는 52억2000만달러(약 7조865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SHY도 1개월 기준 8억2700만달러(약 1조1222억원) 순유입을 보였다. 단기 구간 선호가 SGOV 같은 초단기 상품에만 그치지 않고 1~3년물까지 이어진 셈이다.
차이는 듀레이션에서 나온다. 블랙록(BlackRock)은 상품 페이지에서 SGOV가 0~3개월 미국 재무부 증권을 추종하고, TLT가 20년 초과 미국채를 추종한다고 밝혔다. IEF는 7~10년 만기 미국채를 추종한다.
같은 미국채 ETF라도 금리 변화가 가격에 미치는 강도는 상품마다 다르다. 초단기 ETF는 금리 변동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낮고, 장기 ETF는 반대로 금리 변화에 더 크게 움직인다. 최근 자금 흐름은 이 두 끝단을 동시에 잡고 중간 만기 구간을 줄이는 '바벨' 형태에 가깝다.
블랙록 공시 기준 SGOV의 순자산은 1057억3000만달러(약 143조6000억원)다. TLT의 순자산은 466억7000만달러(약 63조4000억원), 유효 듀레이션은 14.95년이다. IEF의 순자산은 418억4000만달러(약 56조8000억원), 유효 듀레이션은 6.96년이다.
듀레이션은 금리 변화에 대한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뜻한다. 통상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가 내려갈 때 가격 상승 폭이 커지지만, 금리가 오를 때 손실 폭도 커진다. 초단기물은 현금 대기 성격이 강하고 장기물은 금리 방향성에 더 크게 노출된다.
로이터(Reuters)는 9월 4일 미국 8월 고용 증가와 유가 상승, 중동 긴장이 채권시장에 함께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미국 채권 펀드 유입은 42억7000만달러(약 5조7954억원)로 5주 만의 최저였지만, 단기·국채 펀드에는 45억3000만달러(약 6조1472억원)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개인 투자자 심리도 엇갈렸다. 스톡트윗(Stocktwits) 관련 보도에서는 TLT에 대한 개인 투자자 심리가 'bearish'에서 'neutral'로 바뀌었고, 메시지 활동은 'high'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격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금리 불확실성 속에서 장기물 관심이 커진 신호로 읽힌다.
미국 장기금리는 크립토 시장에도 배경 변수다. 장기 국채금리 변화가 비트코인(BTC) 등 위험자산에 미칠 직접 영향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앞선 진단에서도 금리와 달러 유동성은 BTC 등 위험자산 투자자가 참고하는 변수로 거론됐다. 다만 이번 국채 ETF 자금 이동만으로 BTC 가격 흐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미국채 ETF 만기 선택은 환율과 금리 변동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다. 본지도 앞서 초단기 채권 ETF로 자금이 이동한 배경을 전하며 금리 민감도가 낮은 상품 선호가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확인되는 핵심은 국채 ETF에서 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만기 선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단기와 장기 국채 ETF에는 자금이 들어왔고, 7~10년 구간에서는 자금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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