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리 가격이 톤당 1만4533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정련 구리 관세 가능성에 글로벌 물량이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미국 외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7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 가격은 장중 0.8% 상승한 톤당 1만4533달러(약 1958만원)를 기록했다. 지난 1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를 넘어선 수준으로, 구리 가격은 올해 17%, 최근 1년 동안 47% 올랐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정련 구리 수입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을 밀어 올렸다고 보도했다. 관세 가능성이 제기되자 트레이더들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의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활용하기 위해 올해 수십만 톤의 구리를 미국으로 운송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 구리 재고 자체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상당량이 미국에 집중됐다. 반면 LME 창고 재고는 빠르게 줄면서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구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크리스티안 시푸엔테스(Christian Sifuentes) 세스코(Cesco)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상승은 최종 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보다는 관세로 인한 구리의 지역 간 이동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글로벌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다기보다 특정 지역에서 공급 부족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이 세계 전체의 재고 부족보다 지역별 물량 편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LME에서는 현물 가격이 3개월 선물보다 높은 백워데이션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백워데이션은 당장 인도받을 수 있는 현물 수요가 선물보다 강할 때 나타나는 가격 구조다.
미국 외 지역의 공급 부족 우려와 LME·미국 시장 간 재고 차이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멕스와 LME 가격 차가 정련 구리 관세 리스크를 반영하는 지표로 떠올랐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처럼 두 시장의 가격 격차가 지역 간 물량 이동을 자극하는 구조다.
미국으로의 물량 이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2월 구리 관세를 처음 공식 제안한 뒤 본격화했다. COMEX와 LME의 가격 차가 커지면서 지역 간 차익거래 기회가 생겼고, 수입업체와 트레이더들이 미국 내 재고 확보에 나섰다.
미국 상무부가 구리 관세 필요성을 검토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할 예정이었던 시점에서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정책 불확실성은 이어지고 있다. 관세 부과 시점과 대상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재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 수급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로 구리 사용량이 늘고 있으며 전기차를 비롯한 전동화 흐름도 수요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세계 주요 대형 광산은 노후화됐고 일부 광산에서는 생산 차질이 이어졌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8월 구리 수출액은 가격 급등에도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광산업계가 하반기에 생산량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면 올해 전 세계 광산 구리 생산량이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급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구리 가격 상승은 리오틴토, BHP, 글렌코어, 쯔진광업 등 주요 광산업체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제조업체들이 구리 사용량을 줄이거나 대체 소재를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차입 비용 상승은 자본집약적인 제조업의 투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변수로 제시됐다. 구리 가격이 오르더라도 실물 수요가 계속 강하게 유지될지는 제조업 투자와 대체재 개발 흐름에 달렸다는 의미다.
마이클 쿠오코(Michael Cuoco) 스톤엑스 파이낸셜 금속부문 책임자는 “강한 수요 증가와 공급 측면의 어려움이 결합하면서 향후 시장 수급이 더욱 빠듯해질 것”이라며 “이는 높은 구리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관세 정책과 지역별 재고 이동, 장기적으로는 광산 생산 회복 여부가 가격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TokenP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