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아시아 정유사들이 2027년 원유 장기공급 계약 협상에서 맞서고 있다. 올해 현물(스팟)로 사들인 원유를 2026년 장기계약 이행분으로 인정할지가 쟁점이다.
협상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의 해석 차이가 드러났다고 오일프라이스(OilPrice.com)는 협상에 참여한 익명의 거래 관계자들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정유사들은 올해 산 현물 물량을 고정 장기계약 물량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판매 측이 계약에 따른 화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는 논리다. 반면 사우디 측은 올해 장기계약 물량을 다 사들이지 못한 구매자가 2027년에는 더 많은 원유를 사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원유 장기계약은 통상 연간 물량과 월별 선적 일정을 미리 정해 두는 방식이다. 현물은 계약 기간과 무관하게 필요할 때 단기로 사 오는 거래다. 이번 협상은 두 거래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지를 다투는 셈이다.
아시아 정유사들은 내년 장기 물량을 늘리는 데도 전반적으로 소극적이다. 이란 전쟁이 이어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언제 어떻게 정리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오일프라이스는 2월 말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전 이 해협이 전 세계 원유·LNG 흐름의 5분의 1을 처리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전쟁 이후 중동 산유국들은 고정 장기 물량이 줄어들자 주요 수출처에 원유를 보내기 위해 현물 판매를 늘려 왔다. 올해 현물 구매가 늘어난 배경이다.
이견은 현물 시장으로도 번졌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시아 구매자들은 사우디와 다른 중동 산유국의 11월 선적 원유를 사들이는 속도를 늦췄다.
아시아 정유사는 보통 11월에 이듬해 1월 선적분 현물 화물을 주문한다. 1월에 장기계약으로 얼마를 가져갈지 정하지 못하면 현물 구매 규모도 잡기 어렵다.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돼야 하는 이유다.
아시아 구매자의 판단이 모두 같지는 않다. 본지는 앞서 일부 중국 정유사가 장기계약 물량을 줄이거나 신청하지 않는 대신 가격 조건이 맞는 현물을 따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예외도 있다.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는 일부 아시아 정유사에 현물 공급분을 장기계약 물량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다만 이 방식을 내년에도 이어갈지는 매수·매도 양측 모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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