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코인으로 받는다” 가능성은 충분…현실화 위한 제도 설계는 과제

| 토큰포스트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정치후원금, 이제 디지털자산으로’ 토론회에서는 디지털자산을 정치자금 모금에 활용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들이 심도 깊게 논의됐다. 토론회는 민병덕 의원실 주최로, 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IDAC), 토큰포스트,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이 공동 주관했다.

사회적 인식 개선이 첫 과제

사회자인 박혜진 박사(정치학 전공)는 서두에서 “정치자금과 디지털자산, 모두 사회적 신뢰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현재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하며, “이 둘의 결합은 더 많은 감시와 투명성을 요구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정치후원이 필요한 이유

토큰포스트 권성민 의장은 △MZ세대의 정치 참여 유도 △실시간 거래 기록과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 확보 △미래 정치 제도에 대한 실험이라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디지털 정치후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진화해야 한다”며, “디지털 자산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미래 정치 구조의 기반”이라고 밝혔다.

현실적 제약 많지만 완전한 배제는 아냐

지방선거관리위원회 박성민 변호사는 “정치자금법상 유가증권, 물품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허용되지만, 가상자산은 계좌 입금이 불가하고 보유 자체가 회계처리상 문제를 야기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후원회가 직접 지갑을 보유하게 되면 자산 보유의 법적 정합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기부 즉시 현금화하고 지정 계좌에 입금하는 구조라면 가능성은 있다”며 “정치 후원회 전용 디지털 지갑 개설을 통한 실명 기반 기부 방식이 제도적으로 조율된다면 현실화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여지를 남겼다.

비영리 법인 모델로부터 확장 가능

금융위원회 정수종 사무관은 “비영리 법인에게 디지털자산 기부를 허용한 것처럼, 후원회도 유사한 방식으로 제도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부자의 KYC 인증, 후원회 명의의 디지털 지갑 설정, 자금 추적 가능성 등을 충족하면, 법률적 충돌 없이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자금법상 익명 기부 한도(10만 원)와 실명 기부 규정, 자산 보유 목적의 정치자금 사용 금지 원칙 등 제약 요소는 여전히 크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으로 이미 실현 가능…“제도만 정비되면 즉시 시행 가능”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이미 구현 가능한 수준”이라며, “거래소 기반 즉시 환전 시스템, KYC 인증, 지갑 추적 기술 등이 모두 상용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블록체인 인증 제도(EBSI)처럼, 공공신뢰 기반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인증받고 채택된다면 정치자금 영역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디지털 지갑 기반 후원 구조를 통해 후원금 수령, NFT 영수증 발급, 실시간 자산 추적이 모두 가능하다”며, “현재는 제도적 의지가 부족할 뿐 기술적 장애는 없다”고 말했다.

익명성·회계처리·법적 정의

토론에서는 디지털 자산의 법적 성격 규정 문제, 회계처리 방식, 기부자의 익명성 보장과 실명확인의 균형, 후원회가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석 등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디지털 자산을 화폐의 대용물로 인정하고, 정치자금법상 ‘기타 물건’으로 해석할 여지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책 실무자들이 기성 회계 실무 기준에만 매몰되기보다 제도 혁신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행령 차원의 조정으로도 충분히 시도 가능”

마지막 발언에서 원은석 IDAC 이사장은 “금융위와 선관위가 각각 가진 KYC 인증 및 자금 투명성 시스템이 연계되면, 디지털 정치후원 시스템은 당장이라도 구현이 가능하다”며,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조정으로 시작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도하자”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디지털자산 기반 정치후원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제도적 조정 여지를 다각도로 점검하며, 향후 제도화 논의를 위한 초석을 놓는 자리가 됐다. 이 같은 논의는 디지털 기술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