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도 묻고 AI가 답한다…전문직 시장의 '코파일럿 시대' 시작됐다

| 김민준 기자

인공지능(AI)이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일상의 조언자 역할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약 15%는 더 이상 뉴스앱이나 검색엔진이 아닌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정보 소비 방식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드러낸다. 사용자들은 '가자 지구 상황 설명해줘', 또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 이유가 무엇이야?'와 같은 질문으로 AI와 대화를 시작하며, 이를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소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뉴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 법률, 금융 등 신뢰가 핵심인 *전문직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법률 분야가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규제 장벽과 지역 기반 네트워크에 의존해왔던 법률 산업이지만, AI 시대 앞에서는 그 장점이 오히려 무력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정보 검색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는 AI가 이제는 실제 의뢰인을 확보하는 ‘발판’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무엇보다 AI는 사람의 언어를 빠르고 직관적으로 해석해 맥락에 맞는 답변을 제공한다. 이는 기존 검색 기반 시스템보다 효율적일 뿐 아니라, 사용자에겐 더 인간적인 접근처럼 느껴진다. 예컨대 사고를 당한 20대가 '플로리다에서 보험 없는 운전자에게 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입력하면, AI는 법령 인용이 아닌 공감적이며 실질적인 대응 절차 등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다수의 로펌은 자체 GPT를 도입하거나, 챗GPT 같은 시스템 안에 자사 법률 데이터를 통합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판례, 고객 FAQ,州별 절차 등을 벡터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법률 질의에 대응할 수 있는 AI’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선도 로펌은 오픈AI와 같은 플랫폼과 라이선싱 협업 또는 앱 통합 방식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 사용자가 AI에게 법률 질문을 했을 때 해당 로펌이 상위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어질 수 있다.

물론 AI의 허점도 존재한다. 오류, 편향, 결정의 불투명성 등은 분명한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정보의 ‘완벽성’보다 ‘접근성’과 ‘즉시성’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은 뚜렷하다. 의료 AI 사용이 확산된 것처럼, 법률 자문 역시 AI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결국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신뢰의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는 법률, 의료, 재무 등 각 산업 분야에 특화된 ‘수직형 코파일럿(vertical-specific copilot)’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이는 전문가를 대체한다기보다, 전문가를 찾는 방식 자체의 대전환이다. 정보의 관문이 길고 복잡했던 과거와 달리, AI를 통한 질문 한 줄로 전문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결론적으로 AI는 고객의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뺏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심은 전문 서비스 시장에선 신뢰만큼이나 결정적인 가치다. 지금이야말로 전문직 종사자들이 AI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최초의 접점으로 받아들이고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