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소스와 리플 임원들이 스테이블코인의 규제 명확성과 글로벌 결제 활용성, 그리고 원화 등 각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집중 논의했다.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 'UDC 2025'에서는 '스테이블코인 : 디지털 금융의 기폭제'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역할과 제도적 쟁점이 다뤄졌다.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폴 밴시스 팍소스 글로벌 총괄, 로스 에드워드 리플 시니어 디렉터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 교수는 "2025년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유틸리티를 넘어 전략적 자산이자 정책 과제, 신뢰할 만한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으로 확장 기로에 서 있다"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금융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 주요 사용 사례와 필요한 규제는 무엇인지 논의하겠다"며 패널 토론을 열었다.
토론은 지니어스법 통과 이후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됐다.
폴 밴시스 팍소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성장 총괄은 "지니어스법의 통과는 스테이블코인뿐 아니라 암호화폐·블록체인 전반에 있어 결정적 사건"이라며 "전통 금융 서비스도 이제 스테이블코인을 본격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밴시스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이용 가능하고 수수료가 낮으며 투명성이 높아 일부 영역에서는 기존 결제를 대체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 네트워크와 결합하거나 디지털 지갑과 연결돼 금융 접근성이 낮은 이들에게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팍소스가 입법 과정에 참여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면서도 혁신을 억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여했다며 "이제 금융기관들은 도입을 주저하는 대신 전략 속에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로스 에드워드 리플 글로벌 금융기관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지니어스법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분기점이며, 한국에도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들이 원하는 것은 규제의 명확성인데 이번 법안이 이를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특히 미국의 2계층(two-tier) 은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발행 기관에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도산 책임과 자산 복구 요건 등 투자자·소비자 보호 규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리플 임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구조 변화도 짚었다. 그는 "이번 법안으로 NYDFS 인가를 기반으로 한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 모델이 일부 조정됐고, 이로써 시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목적과 품질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로스 에드워드는 "플라스틱 카드는 점차 사라지고 모바일 카드가 대중화되는 가운데, 카드 네트워크 역시 결제·청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편에 나서고 있다"며 "지니어스법은 이러한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결제 활용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 에드워드 리플 시니어 디렉터 / 토큰포스트스테이블코인이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에 대해선 폴 밴시스는 "오늘날 비즈니스와 소통이 빠르게 변화하는 데 비해 돈을 움직이는 방식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라며 "이 격차를 메우는 금융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이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팔이 PYUSD를 발행하면서 제도권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했고, 이를 계기로 전 세계 규제 당국과 본격적인 대화가 촉발됐다"며 "이미 치약이 튜브에서 나온 상황처럼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로스 에드워드는 "스테이블코인의 초기 수요는 암호화폐 거래에서 비롯됐지만, 은행을 거치지 않고 법정통화를 효율적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속도·투명성 측면에서 기존 지급결제를 크게 앞서며 특히 달러 접근이 어려운 국가에서 활용도가 높아졌다"며 "이제는 전통 금융기관도 참여하면서 사용 사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규제와 투명성이 스테이블코인의 지속적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복수의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할 때의 장단점과 비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폴 밴시스 팍소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성장 총괄은 "수백 개의 스테이블코인이 난립하면 기초 가치가 훼손될 수 있지만, 일정 범위 내에서는 복수의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발행 목적과 동기"라며 "자체 발행이 필요한지,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나은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팍소스는 글로벌 달러 네트워크 개념을 통해 기초 경제성을 공유하고, 여러 주체들이 협력해 수요·공급·유틸리티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 에드워드 리플 글로벌 금융기관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복수의 스테이블코인이 존재할 것이고 각기 다른 서비스와 사용 사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지나면 일부는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가운데 성공 요인으로 ▲법적·규제적 틀을 통한 가용성 ▲접근성과 유통성 ▲지급결제·자본시장 등 명확한 유틸리티를 꼽으며 "이 세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폴 밴시스 팍소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성장 총괄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자본 보존과 유동성"이라며 "무엇보다 현금화가 지연 없이 즉시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미 국채를 기반으로 높은 유동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려 한다면 한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 대규모 현금화 수요에 대한 대응 능력, 사용자 관리 체계 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화와 미국 국채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모델도 가능하지만, 결국 어떤 목적(역내 사용인지 글로벌 활용인지)에 맞춰 설계할지에 따라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스 에드워드 리플 글로벌 금융기관 담당 시니어 디렉터는 "미국에서는 지니어스법을 통해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면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급증했지만 이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며 "달러는 글로벌 기축 통화지만 원화는 지역적 통화라는 점에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국내 지급결제 인프라는 이미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은 주로 외환(FX) 거래와 기업 간 결제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온체인에 먼저 올라서야 토큰화 자산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달러 스테이블코인과는 맥락 자체가 다르므로, 원화의 특성과 한국 경제 구조에 맞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 밴시스 팍소스 글로벌 총괄 / 토큰포스트마지막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주식 등 장기적인 자산 토큰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팍소스의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성장 총괄은 "토큰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모든 상품이 토큰화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팍스 골드처럼 금을 조각 투자 형태로 접근성을 높일 수 있고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거래의 유동성을 담당해 자산 보유와 결제를 동시에 혁신할 수 있다"며 "피델리티와 블랙록 같은 대형 기관들이 이미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신호"라고 강조했다.
리플의 로스 에드워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가 자산 시장에서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영역"이라며 "거래 가능한 스테이블코인과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 간 균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한 인프라가 마련돼야 하며 은행을 대체하기보다는 금융 생태계 전반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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