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기업 운영방식 대격변…‘서비스형 소프트웨어’가 판을 바꾼다

| 김민준 기자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와 함께 기업 전반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히 클라우드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ervice-as-Software)’라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 자동화의 한계를 넘어, 지능형 에이전트를 활용해 업무 전반을 조립하듯 설계하고 실행하는 ‘지식 작업 조립선’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SaaS로 전환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변화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운영 방식과 비즈니스 모델 자체까지 통째로 재구성하는 수준이다. 즉, 이제 기업은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운영돼야 하며, 사일로로 나뉜 데이터와 업무 로직을 통합한 ‘지능 시스템(System of Intelligence)’을 중심으로 에이전트들이 실시간 판단 및 실행 역량을 확보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 지능 시스템은 단순 수치나 이력 조회를 넘어서, “무엇이 일어났는가”, “왜 그랬는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까지 답할 수 있는 역동적 플랫폼이다.

이러한 전이는 기술적 변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운영 모델 측면에서도 사람 중심의 병렬적 분업 체계에서, 전문가의 판단과 지식이 점진적으로 시스템에 코딩되는 ‘조립형 서비스형 플랫폼’으로 이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초기 의사결정과 감독을 담당하고, 반복적인 판단과 실행은 점차 에이전트가 규칙 기반으로 대체한다. 특히 이 같은 조립선 접근은 생산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업무 최적화의 새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상 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 서비스 산업은 노동 투입이 수익 증대의 핵심이었다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디지털화된 전문성’을 기반으로 운영 레버리지를 창출한다. 법무, 회계, 제조 관리 등 전통적으로 고도의 인력이 요구되던 분야에서조차, 에이전트 기반의 전문가 시스템이 점차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지능은 반복될수록 학습 효과를 높여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러한 변화는 각 산업에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지식 노동 비중이 높은 제조 관리자, 금융, 헬스케어, 법률 등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팔란티어(PLTR), 세일즈포스(CRM), SAP 등 주요 기술 기업들도 지능형 오픈 플랫폼 전략을 통해 해당 기술 영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스타 스키마 중심의 데이터 모델에서 벗어나, 기업 맥락 전체를 4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온톨로지’ 기반의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또한, 초기에는 도메인 단위로 제한된 에이전트 활용에서 출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 연동되는 복수의 도메인을 통제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체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를 위해선 데이터 정제, 메타데이터 통합, 행동 기반 통제 거버넌스 등 다양한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수익 구조, 조직 설계, 운영 방식 전반을 재편하는 거대한 전환점이다. 이 변화는 당장 내년이나 후년에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10년가량의 장기적인 이동을 필요로 하는 ‘에이전트의 시대’가 막 시작된 것이다. 이 격변의 시점에서 각 기업이 혁신을 선도할지, 기존의 기술 적체에 머무를지가 향후 승자와 패자를 가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