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 컴퓨팅, 그리고 자본의 삼위일체…엔비디아와 비트코인이 가리키는 '부의 미래'

| 토큰포스트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와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CEO,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두 거인이 바라보는 미래의 교집합에는 흥미로운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에너지'다.

젠슨 황은 최근 "비트코인은 초과 에너지를 흡수하여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화폐로 저장한다"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암호화폐 옹호론이 아니다. 엔비디아의 정체성과 비트코인의 본질이 놀랍도록 닮아있음을 시사하는 통찰이다. 엔비디아는 전기를 '지능(Intelligence)'으로 변환하고, 비트코인은 전기를 '자본(Capital)'으로 변환한다. 둘 다 근본적으로는 '에너지 가치 변환 시스템(Energy-to-Value Systems)'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 역시 최근 "비트코인은 에너지 통화(Energy Currency)"라며, 정부가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법정화폐와 달리 "에너지는 위조할 수 없다(Impossible to fake energy)"는 점을 강조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래의 부(Wealth)가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이 거대한 에너지 전환의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가장 먼저 직시해야 할 것은 '현금의 생산성'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이다. 엔비디아가 보유한 432.1억 달러의 현금이 만약 비트코인으로 전환되었다면, 그 가치는 34배 더 높은 생산성을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현금이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닌, 시간이 지날수록 녹아내리는 얼음임을 방증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기업의 재무제표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과거에는 기업의 현금 유보율이 높으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막대한 현금을 방치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이제 투자자들은 경영진에게 잉여 현금, 즉 기업의 에너지를 어떻게 보존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단순히 녹아내리는 법정화폐에 방치하고 있는지, 아니면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처럼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투기가 아닌, 가장 효율적인 자본 배치 전략으로 재평가받는 이유다.

기업가들에게 주어진 과제 또한 명확하다.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에너지 차익거래(Arbitrage)'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젠슨 황의 말처럼 비트코인이 "남는 에너지를 전송 가능한 화폐로 바꾸는 도구"라면, AI 기업이든 채굴 기업이든 모든 테크 기업은 사실상 '에너지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전력을 얼마나 저렴하게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능(AI)'이나 '돈(BTC)'으로 변환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다. 과거의 발전소는 소비 지역 근처에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위치의 제약이 사라졌다. 기업가들은 잉여 전력이 발생하는 오지나 사막을 찾아 그곳을 가치가 솟아나는 '디지털 광산'으로 바꾸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론 머스크의 통찰대로 법정화폐 시스템이 '신용'에 기반한다면, 비트코인과 AI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물리학(에너지)'에 기반한다. 우리는 지금 화폐의 기준이 국가의 권위에서 에너지의 증명으로 이동하는 거대한 과도기에 서 있다. 신용은 무너질 수 있지만, 열역학 법칙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원 하나 나지 않는 '에너지 빈국(貧國)' 대한민국은 이 냉혹한 물리 법칙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만약 두 거인의 말대로 에너지가 곧 돈이라면, 한국은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했다. 땅을 파도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에게 '에너지 본위제'는 가혹한 형벌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기에 우리의 살길이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에너지 효율의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는 없지만, 에너지를 가치로 변환하는 '도구(반도체)'를 만드는 데 세계 최고다. 엔비디아의 AI 칩도 결국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부는 에너지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여 저렴하고 안정적인 기저 전력을 확보해야 하며, 동시에 전력망을 AI와 비트코인 채굴에 최적화된 '지능형 그리드'로 개조해야 한다. 에너지를 수입해 물건을 파는 제조 국가에서,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디지털 자산'으로 치환하여 수출하는 '디지털 제련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개인들 역시 각성을 요구받는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국이기에 원화(KRW) 가치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첫째, 자산의 피난처를 옮겨야 한다. 녹아내리는 원화에만 목매지 말고, 에너지가 응축된 자산인 비트코인이나 에너지 생산성을 독점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에너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개인적 헤지(Hedge)다. 둘째, 스스로 '에너지 증폭기'가 되어야 한다. AI가 전기를 먹고 지능을 내놓는다면, 개인은 그 AI를 다루는 역량을 길러 자신의 노동 가치를 증폭시켜야 한다. 단순 노동은 전기(AI)로 대체되겠지만, 전기를 지휘하는 능력은 대체될 수 없다.

엔비디아와 비트코인은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 보이지만, 결국 '에너지의 디지털 자산화'라는 같은 산 정상을 향하고 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우리는 에너지 빈국이라는 숙명에 갇혀 도태될 것인가, 아니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을 무기로 이 거대한 파도에 올라탈 것인가. 당신의 지갑과 당신의 나라는 지금 '에너지'를 담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